본래는 ‘낙후 지역에 외부인이 들어와 지역이 다시 활성화되는 현상’을 뜻한다. 하지만 최근엔 ‘외부에서 유입된 이들로 인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인다.
즉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몰리면서 집값과 임대료가 올라 기존 주민이 주택가나 상권에서 쫓겨 나가는 현상을 일컫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에 갤러리나 공방, 카페, 클럽, 식당 등이 생기면서 시작된다. 독특하고 특색 있는 분위기 덕에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오면서 상권에 활기가 돈다. 이어 입소문과 미디어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더 몰려든다. 이후 이를 노린 대형 프랜차이즈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선다.
그 결과 한적했던 동네가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화되고 집값과 임대료, 권리금 등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된다. 이에 동네를 일군 임차인들은 이를 견디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변두리로 떠나는 신세가 된다. 참으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이다. 서울의 경우 인사동, 홍대 앞, 경리단길, 신사동 가로수길 등이 해당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그중 제주지역은 심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인구 유입과 관광객 증가 등에 따른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 상승으로 원세입자가 눈물을 흘리며 쫓겨나는 이른바 ‘제주형 젠트리피케이션’이 곳곳에 나타나면서 이슈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2011년에 조성된 신제주 바오젠 거리와 집단 카페촌이 형성된 구좌읍 월정리다.
바오젠 거리는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리면서, 월정리는 카페촌이 유명세를 타면서 땅값이 폭등하고 덩달아 임대료도 대폭 올랐다. 불과 3~4년 사이의 일이다.
이로 인해 상권의 기틀을 잡았던 임차 상인들이 그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뜨는 동네의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이런 추세가 확산되면 제주의 미래는 암울해질 것이다. 임대료 상한선 설정 등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한 대책이 시급한 것 같다. 건물주와 세입자가 서로 윈윈(Win Win)할 수 있는 방안은 정녕 없는 것인가.
고경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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