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천아오름-다듬어지지 않은 비밀의 숲에선 천녀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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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아오름 전경

선녀(천녀·天女)가 살았다가 하늘로 올라갔다는 천아오름.


제주시 애월읍 광령리의 천아오름은 1100도와 평화로를 잇는 산록도로변 신엄목장에 위치해 있다.


이 오름의 이름은 오름에 초낭(참나무의 제주어)이 많아 초낭오름 또는 초남오름으로 불려졌었다.


뒤에 오름의 형국이 천녀등공형(天女登空形)으로 마치 선녀가 하늘로 승천하는 모습이라 해서, 천녀(天女·天娥)와 맞물리며 천아악(天娥岳), 천아봉(天娥峰)으로 불리게 됐다.


선녀가 살다가 하늘로 승천한 천아오름은 대략 두 곳으로 찾아갈 수 있다.


1100도로 어승생 수원지에서 어리목 방향으로 1㎞ 남짓 더 가면 한라산둘레길로 표지판이 보인다. 이 표시판을 따라 2.5㎞를 가면 천아계곡이다.


둘레길 시작점이자 단풍 제1절경으로 꼽히는 천아계곡을 건너면 경사가 있는 나무계단을 만나는데 몇 분 거친 숨을 참고 이 계단을 넘어서면 다음부터는 걷기 편한 둘레길이다.


둘레길의 정취를 만끽하며 30여 분을 걷다 보면 둘레길과 임도가 만나는 이정표가 나오는데, 이 이정표에서 우측으로 발길을 돌려 길 흔적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드넓은 목장과 천아오름이 탐방객을 맞이한다.


오름 정면으로 목장길을 가로지르면, 오름관리단체 표지판과 함께 수풀 사이로 오솔길처럼 오름 등반로가 얼굴을 내민다.


이 곳을 시작점으로 선행자들의 발길로 조성된 조릿대 사잇길로 어렵지 않게 정상에 도착한다. 이 오름은 비고 80m로 시간과 체력부담이 없다.


정상 코앞에서 Y자 형으로 길이 갈리는데, 오른쪽으로 가면 굼부리를 한 바퀴 돌면서 정상에 다다르고, 왼쪽으로 가면 바로 정상이다.


이 오름길은 인위적으로 조성된 길이 아닌 오름이 생겨날 때부터 지금까지 낙엽이 쌓이고, 그 위에 탐방객들의 발길에 의해 자연적으로 생긴 길로, 스폰지 처럼 폭신폭신해 발목이나 무릎에 부담이 없다.


또 다른 길은 1100도로 어승생 삼거리에서 산록도로로 약 3㎞를 가면 길 왼편에 산새미오름 입구이자 ‘천아오름신엄목장’ 이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보이는 데 이 이 표지석을 따라 가면 한라대학교에서 건설 중인 말 산업 시설이 나오는데 바로 눈앞에 보이는 산체가 천아오름이다.


10여 분을 걸어가면 소나무 숲 사이로 오름 등반로를 알리는 리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정상부에는 청미래넝쿨 등 각종 나무들이 탐방로를 덮고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이 자연과 접촉하는 스킨십도 만끽할 수 있다.


천아오름의 선녀를 만나러 간다면, 천아계곡 코스를 권하고 싶다. 천아계곡의 절경과 한라산 둘레길의 정취, 그리고 크고 작은 하천이 뽐내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만약 차량의 여유가 있다면 두 곳에 차를 세운 후 천아계곡~천아오름~산새미까지 두 눈에 담으면 금상첨화이다.

 

천아계곡

 

천아계곡은 사철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곳이다.


봄과 여름의 신록,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


봄과 여름, 초록의 옷을 입은 천아계곡은 싱그러움이 넘쳐 난다.


초록의 나무들과 계곡의 바위가 조화를 이뤄낸 모습은 한 폭의 산수화다.


특히 가을 천아계곡의 단풍의 가히 일품이다.


인터넷에 ‘천아계곡’을 입력하면 단풍과 관련된 내용의 글과 사진들로 가득하다.


가을,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든 천아계곡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보지 않고서는 말을 하지 말라”라는 말이 딱 제격으로 꼭 한 번 가 볼 것을 권한다.


한 겨울 하얀 옷을 입은 모습 또한 절경이다.


천아계곡은 위치에 따라 이름도 많다. 한라산에서 시작된 천아계곡은 어리목 인근에서는 ‘Y계곡’으로, 하류로 가다보면 애월읍 광령리 지경에서는 무순천과 광령천으로 불린다.


무수천에서는 ‘무수천팔경’이라는 또 다른 절경을 만들어 내고, 제주시 외도에 이르러서는 월대천으로 불리운다.


이 계곡은 건천이지만 계곡물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바위 아래로 쉼 없이 흐른다.


한라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Y계곡을 지나면 사라졌다가 무수천에서 잠깐 모습을 드러내고 월대천에 이르러 다시 얼굴을 내미는 등 숨박꼭질을 한다.


참 신비로울 따름이다.

 

참고 김승태 한동호 저 제주의 오름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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