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부자-스트레스에 명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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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며칠 전부터 명치끝이 아프기 시작했다. 근래 주변 일로 스트레스가 누적된 것이 통증으로 이어진 것이다. 스트레스는 기혈의 흐름을 막으면서 기체(氣滯) 증상을 일으켜 각종 통증을 유발한다. 이것이 한의학에서 말하는 ‘불통즉통(不通則痛)’이다. 기혈이 통하지 않으면(不通則) 통증이 생긴다(痛) 라는.

기(氣)가 막히면 가슴, 옆구리, 복부 등의 통증만이 아니라 소화불량과 속이 답답한 증상도 생긴다. 특히 여자의 경우는 가슴 통증과 월경불순, 월경통이 생긴다. 기(氣)는 혈을 통솔하는 리더(氣爲血之帥)라 하여 기가 먼저 통해야 혈이 따라 잘 흘러가는데, 그렇지 못하여 기가 막히면 혈이 울체되어 유방 통증, 월경통, 월경불순 등의 혈행과 관련한 여성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는 남자는 양(陽)에 속하여 스트레스가 생겨도 쉽게 흩어지지만, 여자는 음(陰)에 속하므로 스트레스를 만나면 쉽게 울체된다고 하였다. 그래서 여자에게 특히 기가 울체되는 기병(氣病)이 많다는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화병도 이의 범주에 해당하겠다.

향부자(香附子)는 이러한 기가 울결 되는 증상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약이다. 이 약은 향부자(Cyperus rotundus Linne)의 뿌리줄기로서 가는 뿌리를 제거한 것이다. 기를 다스리는 이기약(理氣藥)에 속하여 흉통, 복통, 협통 등의 각종 통증과 소화불량 그리고 특히 기체(氣滯)로 인해 생기는 여성 질환에 좋다.

기를 뚫어주고 소모시키는 약이어서 기가 허약한 자에게는 마땅치 않다. 단독으로 오래 쓰면 기를 소모하고 혈이 상한다고도 하였다.

향부자는 주위 밭이나 길가에 흔히 보이는 독특한 향의 잡초이다. 너무 흔해서 세계적으로도 10대 문제 잡초 중의 하나라고 하는데 모양도 창같이 날카로워 무언가 뚫을 기세이다. 제주어로는 ‘상고지’ 또는 ‘상고’라고 불린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똑같은 스트레스도 어떤 사람은 가슴 통증으로, 어떤 사람은 고혈압으로, 어떤 사람은 불면으로 그야말로 다양하게 발현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에 향부자를 응용할 수 있다.

사실 어떤 증상이든 원인이 스트레스라면 그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를 풀어주는 것이 더 근본적이다.

불통즉통(不通則痛)의 상황은 인체만이 아니라 조직에서도 발생한다. 구성원들끼리의 불통, 조직 간의 불통은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며 문제가 일으킨다. 합리적 조직체계, 상하 간 그리고 구성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 중간에서 조율하는 조정자의 역할 등 소통을 위한 체계가 활성화되고 구성원들이 노력한다면 ‘통즉불통(通則不痛)’의 상황 즉, 소통을 통한(通則) 고통이 없는(不痛) 상황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노자 도덕경(道德經)에 ‘고난을 당하는 까닭은 내 몸이 있기 때문, 내 몸이 없어진다면 무슨 고난이 있겠는가’ 라는 글귀가 보인다. 자기를 내려놓는 것, 그것이 스트레스를 푸는 최고의 방법이 아닌가 싶다. 자기를 버리는 것이 자기를 보존하는 길임을 실감하는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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