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에 '민주주의 취임' 기고한 정하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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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에 한국 젊은 세대의 의견이 알려질 기회가 너무 없는 것 같아 제 의견을 정리해 봤을 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일인 지난 25일 뉴욕 타임스 사설 의견면에 실린 '한국에서 민주주의 취임하다'라는 기고문의 필자 정하연씨(38)는 이 글에 대한 국내외의 열띤 반응에 자신도 놀랐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영어 소설을 집필 중인 정씨는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 언론에서 노 대통령이 좌파나 반미주의자로 묘사되는 것이 안타까워 내가 느끼고 있는 실상을 미국인에게 전달하고 싶었다"고 기고문을 쓴 동기를 설명했다.

정씨는 기고문에서 "우리는 전쟁의 위험을 잊었기 때문이 아니라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나아가기를 원했기 때문에, 미국을 증오하기로 했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의견이 세계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랐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있다고 믿고 싶기 때문에 노 대통령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정씨는 자신을 '실패한 정치인의 딸'이라고 소개하면서 "한국인들은 민주주의 할 자격이 없다"는 아버지의 한탄을 들어야 했던 가족사와 한국 민주주의의 역정을 대비시켜 노 대통령의 취임이 한국 정치사의 새 시대를 열었다는 점을 설득력있게 지적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뉴욕 총영사관 관계자는 "미국내에서 반한감정이 고개를 들고 있는 이때 정씨의 글이 갖는 홍보효과는 못 돼도 수백만 달러어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씨는 이 글로 1995년 작고한 아버지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서강대 국문과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영자신문 기자 등 직장생활을 한 정씨는 미국 보스턴의 에머슨 칼리지에서 창작ㆍ문학ㆍ출판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 문학작품을 영어로 번역하는 활동도 병행해 왔다.

정씨는 매디슨 위스콘신대에 이어 하버드대 래드클리프 연구소에서 방문연구원 자격으로 영어소설 '백마(White Horse)'를 쓰고 있다.

까다롭게 필자를 가리기로 이름난 뉴욕 타임스가 정씨의 글을 선뜻 받아준 것은 소설을 쓸 만큼 뛰어난 정씨의 영어가 한 요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정씨는 "뉴욕 타임스에 내 글이 게재된 후 한국에서 이메일이나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보인 반응을 보면 영어에 관한 내용이 많아 한국 사람들이 영어에 얼마나 큰 관심이 있는지를 절실히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정씨는 공무원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입학 전까지 태국에 살면서 국제학교에서 영어를 익힌 것이 이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데 큰힘이 됐다고 자평했다.

기고문에서 노 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는 사실을 거리낌없이 밝힌 정씨는 그러나 '노사모'나 정당 활동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었으며 다만 열린 사회인 미국에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젊은이들이 한국에는 많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올해로 예정된 하버드대 방문연구원 생활이 끝나면 창작활동을 계속하면서 강의도 할 수 있는 직장을 찾는 것이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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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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