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에서 경영기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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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 발전연구원장/수필가

군자의 길을 ‘수기안인(修己安人)’이라 했다. 논어 1만2500자를 압축한 사자성어라해도 지나침이 없다. 한글자로는 인(仁)에 귀결한다.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주위 사람들을 편안하게 하라는 가르침의 핵심이다.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생전에 논어를 옆에 끼고 기업하는 데 경영철학으로 삼았다는 말이 있다. 그는 누구를 신임하게 되면 모든 것을 믿고 맡기는 리더십을 갖고 있었다고 하니 선견지명이 남달랐던 것 같다.

근래 들어 서양의 석학들은 서구의 물질문명에서 야기되는 폐단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20세기까지는 기업 경영에서 서양의 물질문명이 이성 중심이었다면 21세기는 동양의 정신문화가 감성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2500여 년 전 공자의 지혜, 유교철학이었다. 그 속에는 사람 중심 사상이 녹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수기안인의 정신을 경영에 접목시킨다는 논리다.

경영은 성과를 올리는 활동이다. 일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 (doing things right), 일을 바른 방향으로 나가도록 하는 것(doing right things)을 경영의 요체로 삼는다.

굴지의 유명 카메라제조업체 K사는 필름도 같이 생산하는 대형 기업이었다. 그러한데 어느 날 동종의 생산업체인 N사에서 필름 없는 카메라를 생산하는 신기술을 개발, 대량생산과 홍보 전략으로 전 세계의 카메라 시장을 일거에 장악해 버렸다. K사는 카메라와 필름을 동시에 판매하기 위한 꼼수를 부리다가 결정적인 치명타를 입었다. 수기안인의 부재였다.

어느 학자는 하드웨어보다 SNS이용에 편리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해야 한다고 네이버, 구글 등에 조언한 적이 있었다. 물질만능 사회는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하는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부정과 함수, 땅콩회항 같은 특권의식은 철저히 배제돼야한다.

한 시대의 혁신을 이끌었던 애플의 창립자 스티브잡스도 한때 동양철학에 심취하여 명상의 세계에서 경영을 했다는 말이 있다. 세상을 떠나면서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사랑이 넘쳐나는 기억들뿐이라면서…. 유학의 근본사상인 인(仁)에는 자기도 살고 남도 사는 길이 있다. 하늘의 뜻이 창조적 생명운동으로 인을 실현하기 때문이리라.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 한다. 자기가 하고 싶지 않으면 남에게도 전가하지 말라. 배려와 존중, 서로 간의 존재를 공유하라는 의미다. 따라서 도덕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는 덕본재말(德本財末)에 있다고 했다. 즉 뿌리가 덕이라면 열매는 재라는 말이다.

우리나라보다 일본의 상사들은 견리사의(見利思義)를 중히 여긴다. 그래서 그들은 한국에는 졸부들이 많다고 얕잡아 본다. 과거 일본의 명치유신시대 인(仁)과 비즈니스의 문제가 대두됐을 때도 이익을 추구함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시돼야 한다고 했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은 사람으로서 지켜야할 다섯 가지 도리다. 인(仁)의 배려와 자율경영, 의(義)의 바름의 추구, 예(禮)의 상대방 존경, 지(智)의 지혜와 창조, 신(信)의 믿음과 소통이 사회 저변에 확산될 때 수기안인이 젖어든다.

군자의 리더십이 기업을 살찌운다. 덕치(德治)를 하면 무위이무불위(無爲而無不爲)라 했으니 하는 일이 없어도 저절로 못하는 일이 없다고 한다.

과학기술과 물질문명이 고도화할수록 수기안인의 가르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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