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SA, 안보리 이사국 상대 도청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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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對)이라크 군사공격에 필요한 유엔 2차 결의안 채택을 이끌어내기 위해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 대표들을 상대로 도청 등 '더러운 술책'을 비밀리에 전개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 옵서버 인터넷판이 2일 보도, 파란이 예상된다.

옵서버는 이날 자체 입수한 미 국방부 산하 국가안보국(NSA) 기밀자료를 인용, 미국이 유엔본부에 주재하는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의 자택 및 사무실 전화를 도청하고 이메일을 들여다보는 등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폭로했다.

오는 7일 유엔 무기사찰단의 안보리 보고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이 제기돼 외교적 마찰은 물론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옵서버가 입수한 자료는 세계 각지에서 감청임무를 수행하는 NSA의 고위 당국자가 지난 1월 31일자로 작성한 메모 형식의 문건으로, NSA 간부들은 물론 우호적인 외국 정보기관에도 배포됐다.

이 메모는 NSA 요원들에게 안보리 이사국의 새 이라크 결의안 찬반 의향에 관한 최신 정보를 부시 행정부에 제공할 수 있도록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감시활동을 강화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NSA가 지시한 감시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특히 앙골라, 카메룬, 칠레, 멕시코, 기니, 파키스탄 등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개전축과 프랑스, 러시아, 중국이 이끄는 반전축 사이에서 유보적인 입장의 '중도 6개국' 대표들이 집중 감시대상으로 선정됐다.

NSA는 이 메모에서 2차 이라크 결의안에 대한 안보리 이사국들의 표결 성향뿐만 아니라 기본 정책, 협상 자세, 협력 및 의존 가능성 등 미 정책 입안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도 수집하기 위해 NSA는 "파도를 타고 있다"고 명시, 정보 수집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 문건을 작성한 사람은 NSA '지역목표물' 담당 책임자인 프랭크 코자로, 이 부서는 미국의 국익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들을 상대로 정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옵서버는 설명했다.

코자는 이 같은 활동을 통해 수집된 정보가 주요 이사국들에 대한 미국의 'QRC'(신속대응능력)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문건을 통해 밝혔다.

코자는 안보리 이사국 대표들의 사무실과 자택 전화에 대한 도청 외에 안보리 비회원국과 국내 전화통화에도 주의를 기울일 것을 NSA 지역 책임자들에게 지시했으며, 이 문건을 전달받은 외국 정보기관에도 정보 제공을 요청하기도 했다.

옵서버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감시활동의 존재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안보리 이사국들을 상대로 2차 결의안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전개 중인 미국이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고 논평했다.

이 신문은 전직 정보요원들을 통해 이 문건의 진위를 감정한 결과 진본으로 판명됨은 물론 코자가 NSA 고위직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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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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