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인간에게 먹고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때문에 돈의 위력 또한 그 효용성을 넘어 절대적 가치로 군림하게 되었고, 부(富)의 축적 또한 인간의 사회적 위치나 성공의 척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이 잘 먹고 잘 산다 하여 모두 행복하지는 않는 듯하다. 돈이 많아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인간이란 ‘생각하는 갈대’인 점을 주지한다면 정신적 풍요로움 역시 물질적 가치만큼 소중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래전 우리는 잘 살아보자는 미명 아래 불의를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했었다. 무언가 불편하여 세상에 말하고 싶었지만 비굴하게도 입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나 그렇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먹고 사는 것만큼 소중한 것들이 세상에는 존재함을 깨닫게 되었다. 자유 정의 사랑….
돌아보니 세월이 많이 좋아졌다. 계절과 상관없이 즐비한 먹거리와 도로에 넘쳐나는 자동차들 그리고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모을 수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 게다가 이제는 보면 본대로 들으면 들은 대로 말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던가. 내가 생각한 대로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무한 자유까지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더 잘살아야겠다고 아우성이다. 주식에, 펀드에, 부자아빠 되는 법까지 익히며 자신을 구속했던 억압의 시절까지 외려 그리워한다.
어떻게 살아야 잘사는 것일까. 국민소득 2만 불 시대가 오면 모두 잘살 수 있을까. 또다시 3만 불, 4만 불이 되어야 한다고 바라지는 않을까.
난 이제 배고픔을 면할 수 있는 양식이 있기에 간간이 음악을 듣고 싶다. 잠을 청할 수 있는 내 집이 있기에 돈 안 되는 지역화가의 전시회장을 한번쯤 방문하고 싶다. 다른 사람에게 손가락질 당하지 않을 옷차림 구색은 갖출 수 있기에 당장 한권의 책부터 접하고 싶다.
나 역시 잘 먹고 잘사는 것이 좋지만, 건조한 풍요로움의 양산은 경계한다. 지나친 경제논리의 몰입은 우려한다. 밥만으로는 잘 살 수 없는 게 우리 인간임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허경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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