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슬기로운 재활용…'버려진 빈병도 다시보자'
(13)슬기로운 재활용…'버려진 빈병도 다시보자'
  • 좌동철 기자
  • 승인 20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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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공병사, 올해 6300톤 빈병 처리…요일별배출제 이후 수집량 급증
제주시 오라2동에 있는 한라공병사에서 도내에서 배출된 빈 병을 분류하며 이물질을 걸러내고 있다.
제주시 오라2동에 있는 한라공병사에서 도내에서 배출된 빈 병을 분류하며 이물질을 걸러내고 있다.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1098억원을 투입해 내년에 건립하는 폐유리재생공장은 빈병을 재활용하는 자원순환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도내 유일, 최대의 빈병 수집업체는 제주시 오라2동에 있는 한라공병사(대표 양광호)다. 양 대표가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이 기업은 35년 동안 운영 중이다.

빈병 재활용은 2017년 1월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가 시행되면서 환골탈태했다. 이전까지 한라공병사에 들어온 빈병은 연간 2000t에 머물렀다. 요일별 배출제가 시행된 지난해는 5000t의 빈병이 들어왔다. 그동안 많은 빈병이 매립되거나 산과 들, 바다에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10월 현재 6300t의 빈병이 이곳에서 처리됐는데 연말에는 7000t에 달할 전망이다.

68만 인구에 하루 평균 4만명의 관광객이 체류하는 제주도에선 각양각색의 병이 배출된다. 우선 소주병과 국산 맥주병이 가장 많은데 97% 이상은 회수돼 재생되고 있다.

이는 2017년부터 공병 보증금(소주병 100원·맥주병 130원)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소주·맥주병 외에 관광지인 제주에서 배출되는 빈병은 음료수병, 드링크병(박카스·비타민제), 수입 맥주병, 양주병이 쏟아지고 있다. 여름철에는 수입 맥주병이 넘쳐 나며서 야적장마다 빈병이 산더미를 이루고 있다.

 

빈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투명, 녹색, 갈색 등 3종의 색깔별로 분리하는 모습.
빈병을 재활용하기 위해 투명, 녹색, 갈색 등 3종의 색깔별로 분리하는 모습.

클린하우스에 배출된 양주병과 박카스병 등은 이곳에 실려 온 뒤 반파(半破·절반 파손)된 후 투명, 녹색, 갈색 등 3종류로 구별해 놓는다. 투명한 병은 양주나 음료수병에서 나오고, 녹색은 수입 맥주병, 갈색은 박카스병 등 드링크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를 분류하고 파쇄하는 작업에는 17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있다. 재활용이 안 되는 깨진 그릇과 커피 잔, 도자기, 뚝배기 그릇은 물론 생활쓰레기를 분리해 내느라 직원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3종의 색깔로 분류한 빈병이 쌓이면 종이·비닐 라벨을 일일이 수거한 후 제주항으로 이송한다. 도내에서 배출된 빈병은 화물선에 실려 동원그룹 계열사인 테크팩솔루션 군산공장으로 반출된다.

테크팩솔루션은 1956년 설립된 국내 최초 유리병 제조업체로 깨진 빈병을 재활용해 다양한 유리병을 생산하고 있다.

도내에서 배출된 빈병의 대부분은 A급이 아닌 C급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빈병에 온갖 이물질을 담은 채 배출해서다. 한라공병사 직원들은 빈병에 담긴 참기름과 젓갈류, 양념장, 담배꽁초 등이 흘러나오면서 색상 분류와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불연성 쓰레기 마대에 담아 배출해야 하는 도자기 및 뚝배기 그릇과 머그컵을 빈병 수거함에 넣으면서 유리만을 선별, 재활용하는 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들고 있다.

양광호 대표(58)는 “빈병을 수거해 군산공장으로 보내기까지 일일이 수작업을 하면서 직원 17명에 대한 인건비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빈병을 선별하는 기계를 도입하려면 지금보다 넓은 부지가 필요한 만큼 재활용업계의 고충에 대해 행정기관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정읍 동일1리 주민들이 재활용도움센터에서 ‘무인 빈 병 회수기’를 이용하는 모습.
대정읍 동일1리 주민들이 재활용도움센터에서 ‘무인 빈 병 회수기’를 이용하는 모습.

'현금' 지급하는 무인 빈병 회수기 인기몰이

(사진 동일1리) 대정읍 동일1리 주민들이 재활용도움센터에서 ‘무인 빈병 회수기’를 이용하는 모습.

환경부는 2017년 1월 1일부터 빈병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보증금을 인상했다. 아울러 마트와 편의점, 슈퍼마켓에서 보증금 환불을 거부하면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를 두고 매장과 소비자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일거리로 하루 수 십 차례 빈병을 갖고 오는 노인들로 인해 매장에선 장사에 방해가 되고 보관장소가 부족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수집상들은 일부 마트에서 빈병을 회수할 때마다 냉대를 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런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서귀포시는 올해부터 재활용도움센터에 ‘무인 빈병 회수기’를 확대 도입했다.

대정읍 동일1리, 안덕면 화순리, 표선면 표선리, 중문동 등 6곳에 설치된 무인 빈병 회수기는 자판기 행태로 제작됐다. 소주병과 맥주병을 넣으면 자동으로 금액이 적힌 영수증이 나온다.

영수증을 재활용도움센터 근무자에게 제시하면 보증금(소주병 100원·맥주병 130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서귀포시는 올해 1~3월 빈병 회수기를 통해 22만6769병을 수거해 보증금으로 2181만6000원을 지급했다. 월 평균 2만1434병이 수거된 셈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소주병은 40원에서 100원으로, 맥주병은 50원에서 130원으로 빈병 보증금을 인상한 결과, 2015년 24%에 머물던 제주지역 빈병 반환율은 최근 97%까지 이르렀다.

한편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는 현재 전국 대형마트에 모두 108대의 무인 빈병 회수기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