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4.9 총선 책임론 공방...`정체성' 전대 이슈 부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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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총선에서 패배한 통합민주당 내에서 총선결과에 대한 평가와 책임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총선 성적표인 `81석'이 갖는 정치적 의미가 미묘한 탓이다. 거여(巨與)를 독자 견제할 수 있는 개헌 저지선(100석)에는 턱없이 못미친다는 점에서는 `참패'로 봐야하지만 대선이후 절대적으로 불리한 정치환경 속에서는 그나마 `선전'했다는 평가도 배제할 수 만은 없는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총선국면에서 갈등을 자제해왔던 당내 세력들은 총선 평가를 놓고 일정한 시각차를 보이며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앞으로 있을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경쟁이 서서히 움을 틔우는 분위기다.

먼저 당을 이끌고 있는 손학규계는 총선결과를 선전이라고 적극 평가하고 있다. 특히 작년 대선 득표율을 총선에 단순 대입할 경우 50석에도 못미친다는 점에서 81석은 "과분하다"(총선기획단 관계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손학규계로 분류되는 한 당직자는 "지금까지 한번도 100석을 공식적 목표치로 설정한 적이 없으며 총선에 대비하는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고 당내 결속력이 약한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선전"이라고 평가했다.

박선숙 총선기획단 부단장도 "정부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하고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을 국민들이 어느정도 받아줬다"며 "어려운 여건을 감안하면 선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번 총선결과를 `선전'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고 오히려 참패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다른 진보정파를 모두 끌어봐야 개헌 저지선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 우선 거론된다. 또 전국정당화의 바로미터격인 서울지역 성적표가 불과 7석에 그친 점은 당의 정치적 미래를 매우 어둡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총선결과는 사실상 박근혜의원의 총선이었고, 이명박 정권의 최대 견제세력이 박근혜 의원이 된 상황"이라며 "야당이라는 정치적 의미와 위상이 극도로 약화됐다"고 지적하고 "이것을 놓고 선전 운운하는 것은 코미디"라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당 내부의 관점에서 볼 때는 대선 직후의 어려운 상황에서 `선전했다' `선방했다'는 평가를 할 수는 있지만 국민의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참패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총선평가를 둘러싼 논란은 곧바로 지도부 책임론과 맞닿는다. 손학규계는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 속에서 현 지도부 중심의 `단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참패로 해석하는 쪽은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당을 서둘러 새로운 체제로 개편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총선기획단의 한 당직자는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인데,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상황이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으나 한 당직자는 "이대로는 정치적 미래가 없다는게 확인된 것 아니냐"며 "선거결과에 대한 보다 정확한 평가와 반성을 통해 당의 진로와 정체성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책임론 논란의 이면에는 당권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총선후 3개월 이내에 치르도록 돼있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계파간의 신경전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책임론에는 그동안 공천과정에서 소외돼 불만이 잠재된 정동영계를 비롯해 호남권에 기반한 구 민주당계, 친노그룹, 386그룹 등이 보조를 같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책임론 논란은 단순히 손학규 대표 등 특정 지도부에 책임을 묻는 차원을 넘어 당의 정체성과 노선을 둘러싼 당권경쟁의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장 지도부를 상대로 직접적으로 책임을 물어 사퇴론을 제기할 명분과 동력이 충분치 않은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달말 치러질 전대 경선은 당권만을 놓고 이뤄는 경쟁이 아니라 야당으로서의 노선과 이념적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를 둘러싼 첨예한 당권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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