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에 폭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야
운동에 폭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야
  • 고동수 기자
  • 승인 2020.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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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운동선수들이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제주도의회 정책연구실이 지난해 11월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에 의뢰해, 한 달간 제주도체육회 등록 선수(230명)와 도장애인체육회 등록선수(216명)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다. 이에 따르면 체육회 선수는 91명(39.9%)이, 장애인체육회 선수는 5명(2.6%)이 성폭력 피해를 봤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제주 체육계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그 유형도 다양했다. 체육회 선수들의 경우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하는 행위’ 58명(25.4%), ‘성적 정체성에 대한 모욕이나 괴롭힘’ 49명(21.5%), ‘훈련 내용과 관련 없는 신체적 접촉’ 30명(13.2%), ‘훈련이나 친밀함을 이용한 입맞춤이나 껴안기, 마사지 요구’ 29명(12.7%) 등으로 분류됐다. 제주도가 지난해 3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스포츠인권 조례’를 제정했으나 효과가 없어 보인다.

다른 폭력도 비일비재했다. 체육회 선수를 대상으로 한 조사(목격 포함)에선 정서적 폭력 177명(77.6%), 신체적 폭력 159명(69.7%), 언어적 폭력 126명(55.3%)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체육회 선수는 언어적 폭력 37명(19.1%), 정서적 폭력 16명(8.2%), 신체적 폭력 9명(4.6%)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조사 보고서는 “묵인과 방조의 오랜 관행 속에서 어린 선수들까지 폭력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폭력이 대물림될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피해구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상담 기관 등에 알린 사례는 체육회 95명(31.1%), 장애인체육회 40명(16.6%)에 불과했다. 피해를 보아도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접고 혼자서 참고 그냥 넘어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도의회 정책연구실은 이 같은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조사의 정례화, 예방 교육 상시 실시, 피해 신고 및 상담 체계 구축 등을 제안했다. 여기에 수사 의뢰와 엄중한 처벌을 추가해야 한다. 그에 앞서 지도자는 폭력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이라는 그릇된 인식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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