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귀신
배고픈 귀신
  • 제주일보
  • 승인 2020.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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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환영박수는 없어도 불청객은 아닌 귀신은 분명한 이유로 현재에 머무른다. 성격은 살아생전 그대로이고 모습은 팔색조다. 그들의 하소연은 충분히 공감이 가고 혀차는 위로를 하게 된다.

시간과 공간이 없기에 오백 년 전부터 어제를 살았던 인물도 있다. 사연을 들어보면 진심으로 안타까워 무슨 도움이라도 될까 고민을 하게 된다. 빚을 남기지 않으려는 노력은 의리나 우정을 뛰어넘는 약속이요, 고맙다는 인사에는 거짓이 없다.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기에 마치 거래하듯 무엇을 원하냐고 즉문즉답이 오고 간다. 천도를 해줄 테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제안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이고 원하지 않으면 구경에 그쳐야한다.

유명 맛집이면서 착한 가격으로 늘 문전성시인 식당의 사장님은 통 큰 베풂으로 인정받아왔다. 일찍이 조실부모를 한 탓도 있지만 낮과 밤이 없는 봉사정신과 보이지 않는 선행은 천성이었다. 부탁에는 거절이 없으며 찬물 대접에도 정성을 담았다.

그런데 사촌이 땅을 산 듯 시기가 모함을 만들었다. 언니 동생 하던 이웃이 사소한 문제로 민원을 넣어 장사에 지장을 주고 괜한 소문을 만들어 불편한 시선을 받아야 했다.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며 애써 태연한척했지만 잠까지 설칠 정도란다.

잘 될 거라는 희망을 주고 방법을 찾고 있는데 느닷없이 귀신이 나타났다. 몹시 배고픈 상황이고 어둡고 습한 곳에 있으니 편안한 안식처를 주면 은혜를 갚겠단다. 부적을 써서 태워주고 노란 치마와 초록 저고리를 입혀주면 방금 전에 왔던 분을 따라가 원래보다 잘 되게 해주겠단다.

술을 마시냐고 물으니 청하를 달란다. 죽은 사람 소원인데 풍족하진 않았지만 나름의 격식을 차려 할 일을 마쳤다.

다음날 점심 무렵에 온 연락은 가게에 도착하니 상가 회원들이 오해였음을 알고 찾아왔다는 내용이었다. 그들은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주동자 역할을 했던 이에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아왔단다. 그리고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자리가 없을 정도로 바빠 이제야 소식을 알린다고 말했다.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앞으로도 이렇게 됐으면 좋겠단다

착하고 아름답게 살았던 삶이 하늘복을 받은 것이다. 마음고생이 심했던 아들이 박사 학위를 받았다는 낭보는 계절을 넘겨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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