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
천륜
  • 제주일보
  • 승인 202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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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명상가

불교에서는 인연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기억에서 잊히는 만남도 있지만 가족의 의미는 이해가 아닌 받아들임이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몇 번의 확인을 거듭한다. 서로의 발전을 위한 선택이지만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쓰라린 상처도 있다. 아픔을 위로하고 새롭게 한 결의는 시간의 차를 두고 설레는 지구 여행을 나서게 한다.

하지만 초심은 사라지고 사랑이 미움이 되는 과정은 반복된다. 이 경우 천륜은 책에나 있는 글이다. 참회로 어릴 적 순수했던 동심을 되찾아야 한다.

먼 길 온 전화는 중년 여성이었다. 언제부터 남편이 하는 행동이 수상해 무슨 일이 있냐고 물으면 짜증부터 냈단다. 그러더니 지방 출장을 핑계로 외박하는 횟수가 늘어갔다. 별 의심 없이 지나쳤는데 불현듯 여자의 직감이 이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 끝에 사람을 붙여 뒷조사를 했는데 회사 경리로 일하는 아가씨와 바람을 피우는 현장 사진이 왔다.

뭉칫돈을 꺼내 고급차를 사주고 방까지 얻어 살림을 차렸단다. 타일러도 보고 협박도 해봤지만 소용없었다고 털어놨다. 망신을 주고 끝내고 싶지만 장성한 자녀들 앞날에 지장을 줄까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란다.

혹시나 해서 최근에 객사하신 분이 누구냐고 물으니 이태 전에 친정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답했다. 제사는 누가 모시냐고 하니 자신들은 그런 거 안 믿는단다.

말을 아끼고 싶었지만 차분히 설명을 해주었다. 고인의 영혼이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이런 방법으로 대화를 청할 수 있으니 제사를 지내보자고 권유했다. 한 번 입장을 바꿔 본인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자식들에게 섭섭하기 않겠냐는 말도 덧붙였다. 돌아가신 분에게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해 지나간 것과 화해하는 것이 그리 어렵냐고, 유산이라도 받았으면 고마움을 표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거기까지 듣다가 대뜸 그럼 돈이 얼마 들어가느냐고 반문했다. 그래서 그걸 왜 나에게 묻느냐, 당신 부모가 빚까지 얻어서 잔치를 하라는 것도 아니고 평소 밥상 차리듯 해도 상관없다고 말하고 이만 끊으라 했다. 괜한 짓을 했나 마음만 상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렇게 하면 잃어버린 돈도 찾고 아들 장가도 가냐고 밉상 목소리로 다시 전화가 왔다

잠들기 전에 어떤 위치인지 반성문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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