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코드
드레스 코드
  • 제주일보
  • 승인 2020.08.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동수 논설위원

어떤 행사나 상황, 장소에 따라 권하는 옷차림이 있다. 이른바 드레스 코드(dress code). 예전 중·고교 시절을 검정 교복으로 보낸 세대라면 복장 규정이란 말로 이해하면 된다. 요즘은 패션업계를 중심으로 ‘TPO’라고도 한다.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른 옷 입기 전략이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깔끔하고 믿음직스러운 인상을 주려면 구겨진 양복은 피해야 한다라는 말부터 면접 때의 튀는 복장은 자신을 돋보이기보다는 오히려 감점 요인으로 작용한다라는 조언과 훈수가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이 코드에 대해 가장 관심을 둘 때는 장례식장을 찾을 때이다. 고인이나 유족에게 실례되는 복장은 안 된다면서 가급적 블랙 수트를 입고 검정 타이를 맨다. 반짝이 등 광택이 있는 소재나 골드 액세서리, 화려한 장식이 있는 구두 등도 피한다. 구두를 벗을 때를 대비해 검정 양말을 신는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최근 국회 본회의장에서 분홍 원피스 차림으로 참석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국회에서 어울리는 복장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류 의원의 원피스 사진이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에서 퍼지자 일부 누리꾼은 국회에 패션쇼 하러 왔냐, 소풍 가는 차림이냐라고 질타했다. 심지어 본회의장에 술값 받으러 왔냐, 미투 낚시질한다라는 등의 성희롱 댓글까지 등장했다. 그래도 우호적인 여론이 우세했다. 이 원피스는 8만 원대의 국내 브랜드로, 이 같은 정보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알려지자 곧 동났다.

국회법에는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할 뿐, 국회의원의 복장에 관한 규정은 따로 없다. 의원들 대부분이 검정 계통의 정장을 즐겨 입는다. 이런 탓에 어두운색 복장과 넥타이 차림이 국회의원의 이미지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이에 벗어나면 눈에 띄게 마련이다.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두루마기에 고무신을 신고 등원해 눈길을 끌었다. 같은 당 단병호 의원은 점퍼를 입었다. 각자 농부와 노동자 출신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국회의원의 복장도 개성의 표현으로 볼 때가 됐다. 특정 옷차림을 고집하는 시대는 지났다. 300명의 드레스 코드가 같을 수는 없다. 류 의원의 말처럼 국회의 권위는 양복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