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과 벌통
꿀과 벌통
  • 제주일보
  • 승인 202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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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영, 시인/논설위원

수시로 휴대전화에 들어오는 재난 문자에, 끊이지 않는 바이러스 감염자, 누구나 재앙의 시대가 시작되었나 우려하는 요즘이다. 펄펄 끓는 열이 내리지 않는 환자처럼 지구 환경이 무너지고 있으니 우리 후손들 앞에는 더 험난한 미래가 예측된다.

코로나19 감염에 대응하는 공중 건강 지침도 사실 궁여지책이며, 전염병을 시원하게 해결할 방법도 없는데, 호우와 산사태, 물난리 등 기후 변화로 덮친 재앙 역시 속수무책이다. 경제 손실에 무역 전쟁이나 인종차별, 민족주의도 고개를 들지만, 그런다고 전망이 나아질 수도 없다. 바이러스를 포함 모든 환경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전 인류의 공동 과제다.

벌통을 발로 차고, 꽃들은 제초제로 말려 버리고, 오염으로 꿀벌이 살기 힘들게 만들면서 우리는 꿀은 원한다. 꿀과 같은 우리의 행복은 자연이 베풀어주는 풍요와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나올 텐데, 자연 훼손과 험악한 감정으로 삶을 부식시키는 우리, 고갈되는 자연을 더 파해지고 같은 인간들을 미워하면 어디에서 꿀이 나오겠는가.

다양한 항생제에 적응해서 살아남은 슈퍼박테리아는 해마다 7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을 죽게 한다는데, 인류도 온갖 시련을 거치며 숱한 희생을 바탕으로 생존해 왔으니 슈퍼박테리아 못지않은 존재이다. 전염병뿐 아니라 기후 변화 같이 방대한 문제는 과학은 물론 인간의 직관적 통찰과 지혜를 끌어 모아서, 위기에 처한 환경 시스템을 되돌리고 탄력 있는 공동체 창조로 대처해야 된다고 한다. 살아있는 나무를 이용한 다리, 물 위에 떠있는 마을 등과 같이 자연과 함께 살아남는 건설로 나가자는 제안도 나온다.

지상의 삶의 경이로운 한 가지 예로 모나크나비가 떠오른다. 아메리카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 네발나비와 비슷한 이 나비들은 가을에 북아메리카에서 수천 마리가 남쪽으로 2000㎞ 이상을 이동한다. 그 이동 장면은 검은색 섞인 주황색 구름이 흐르는 것과 같다니 얼마나 장관이겠는가.

멕시코 숲에 도달하면 나무에 내려서 겨울을 잠으로 보내고, 봄 햇살에 깨어나 다시 북쪽으로 되돌아가는 여정에 오르는 나비들, 북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알을 낳고 죽으면, 그 알이 부화하여 새로운 세대가 북쪽으로 나가기를 이어가고, 4대째 나비들이 비로소 여정의 시초 지점에서 또 다시 남쪽으로 이동한다.

캐나다에서 미국을 거쳐 멕시코 왕복은 4000㎞ 이상이다. 이 나비는 또한 북미 자유무역협정의 상징이기도 한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자를 막으려고 멕시코 국경에 설치한 장벽도 나비들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모나크나비가 빠르게 죽어가서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구출 활동에 나섰다고 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위기에 처한 인류의 삶을 나타낸다고 하겠다.

그 열매를 먹으면 모든 시름을 잊고 즐겁게만 느낀다는 전설 속 시름 잊는 열매처럼, 많은 사람들이 노래나 영화에 빠져서 텔레비전 앞에서 보낸다, 잊어버리면 문제가 사라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21세기 지구에 산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지혜와, 삶의 다양성, 아름답고도 부서지기 쉬운 인간 문명의 드라마를 다시 돌아보고, 스트레스를 다루면서 치료 방법을 찾아내는 응급실 의사처럼 살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혼돈 속에서도 침착하게 집중하면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덜 압도당하는 자세를 갖추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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