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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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설은 음력 정월 초하루로 한 해의 첫날이다. 정월 초하루가 되면 아침 일찍이 남녀노소가 모두 새 옷(설빔)으로 갈아입고 조상님께 차례를 지낸 뒤에 자리를 정리한다. 그런 다음 조부모, 부모님께 먼저 절하고 형, 누나 등 순서대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절을 한다.

이게 바로 세배(歲拜)다. 즉 세배는 정월 초하룻날 윗사람에게 의례적으로 절을 하는 새해 첫 인사이다. 거기엔 새해를 맞아 심신을 일신하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사전엔 ‘섣달 그믐이나 정초에 웃어른께 인사로 하는 절’로 정의돼 있다.

▲가족 간의 세배가 끝나면 차례를 지낸 설음식, 떡국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이어 일가친척이나 동네 이웃어른을 찾아가 세배를 올린다. 이때 상대의 신분과 나이, 처지 등에 맞게 복을 빌어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 덕담(德談)은 ‘잘 되기를 비는 말’이란 뜻이다.

주로 하는 덕담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다. 한데 윗사람에겐 “새해에는 건강하십시오”, “만수무강하십시오”, “백수상수하십시오” 등과 같은 축원이 적합해 보인다. 그 화답으론 “새해에는 소원성취하기를 바라네” 또는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네” 등이 좋을 듯싶다.

▲랜선은 랜(LAN)과 선(Cable)의 합성어로 ‘랜을 구성하는 데 쓰이는 연결선’이다. 일반적으로 모뎀이나 공유기를 PC와 연결해서 사용하는 인터넷선을 가리킨다. 한데 요즘은 ‘현실 공간이 아닌 온라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다.

다시 말해 랜선에 OO을 붙여서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여러 행동이나 만남을 표현하는 신조어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게다. 랜선 연예, 랜선 여행, 랜선 응원, 랜선 집들이 등등이 그 예다.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비대면 활동이 일상화된 탓이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추석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 방문이 쉽지 않다. 가족이라도 5인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선 설 연휴 이동 자제를 연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야말로 ‘고향 안 가는 게 효도하는 셈’이다. 때맞춰 ‘세배는 온라인으로’라는 문구가 곳곳에서 나돈다. 이른바 영상으로 윗사람에게 절을 하는 ‘랜선 세배’가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가 빚은 설 명절 ‘신(新)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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