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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애현 수필가

곧 신학기가 시작된다. 지금도 야간학교라는 곳이 있나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정규 교육의 일정 부분만은 큰 문제없이 해결된 행복한 사람들이다. 우리 몸 어딘가 불편하고, 또 그 불편이 아픔으로 이어지다 보면 아픈 곳에 관심을 갖고 살피게 된다. 그런 시간이 반복되면 몸 어디쯤에 어떤 장기가 위치해 있는지, 혹은 아픈 원인이 무엇인지 찾으려고 애도 쓴다. 어떻게 하면 통증을 없앨 수 있을지에 이어, 이전처럼 편안하게 생활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런 불편이나 수고를 모르는 사람은 알아봐야 될 일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듯, 불편하지 않으니 알아봐야 될 일이 없는 것이다. 내 몸이 편안할 때는 장기가 어디 붙었건 말았건 전혀 신경도 안 간다. 비슷하겠지만 배움도 갖지 못함으로 인하여 누리지 못할 때의 그 불편은 크게 작용될 수밖에 없다.

야간학교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평생학교라는 이름으로 더러 불리기도 한다. 자원교사로 한 과목을 맡아 7년째 이어오고 있다. 학습대상자 대부분이 배움에 목마른 연세 많은 어르신들이다.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오붓이 휴식을 취할 시간에 공부하러 학교로 향하는 것이 대다수가 주부라는, 혹은 노인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보면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

공부하기 위해 저녁시간을 할애하여 학교에 나온다는 것 자체가 교육자나 피교육자 모두에게 힘든 일인 것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장시간 책상 앞에 앉아 열심인 모습을 지켜볼 때면 가르치는 입장인 사람이 그 열기에 되레 강한 에너지를 받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저렇게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이고 또 어디서 저런 열정이 솟는지 생각해 본다.

늦은 나이에 뭔가를 실천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여태 살아왔듯, 큰 문제없이 살 수 있겠지만 나이를 벗고 배움터로 향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어느 해 신학기, 첫 인사와 함께 학교에 오게 된 동기를 간단히 발표하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었다.

사연 없는 삶이 없다 했던가. 어렸을 때부터 소소한 집안일을 도맡아 하던 중, 공부하겠다고 말했다가 ‘지지빠이가 무슨 공부냐’며 야단하는 부모님 앞에서 숨죽이고 말았다는 어른. 또 한 분은 동네 총각이 몰래 전해 준 쪽지를 받고도 읽을 수 없었단다. 글 깨친 남동생에게 읽어 달라고 할까 몇 번을 망설였으나 혹시 부모님이 아실까 두려워 그냥 묻었는데 할머니가 된 지금, 그때 글을 알았더라면 삶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며 옛 기억 안으로 입모양은 웃고 있는데 눈가론 이슬이 걸렸었다.

새롭게 대하는 한 사람 한 사람 얼굴에 팬 생의 깊이처럼 어려운 시대를 건너 온 만큼씩 사연도 가지가지다. 은행에서 돈 인출할 때 남의 손 안 빌고 찾을 수만 있어도 좋겠다며 공부를 시작했다는 분, 또 초등교육을 마치고 중등으로, 검정을 거쳐 고등을 넘고 이어 대학을 꿈꾸는 한 어른의 눈물겨운 분투기.

교실 문만 나서면 다 잊어버린다는 볼멘소리 안으로 주름살 가득한 입매엔 절로 환한 웃음이 피고 목소리 가득 힘이 넘친다. 떨리는 손끝 따라 글씨도 같이 떨리고 세월의 무게에 다리가 휘청할지라도 꿈을 잃지 않는 그대들. 문자만 아니라 세상읽기에도 먼저 다가서는 그대들. 생의 길목에서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때가 가장 빠른 때임을 알며 포기 않고 도전하는 그대,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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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옥순 2021-03-02 15:46:26
늦은 나이에 공부한다는 점에서 저도 응원을 받을수 있겠네요 ^^ 고운글 감사합니다

이윤경 2021-03-01 18:18:46
배움에 나이가 있나요? 늦게라도 도전하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