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에서 열정의 도시로…르네상스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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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이탈리아 피렌체
문화 예술 부흥 통해 중세 야만의 시대 종식시켜
두오모 성당·베키오 궁전 등 지역 전체가 박물관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일몰. 아르노 강 너머로 하루 수명을 다한 태양이 서서히 지고 있다.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바라본 일몰. 아르노 강 너머로 하루 수명을 다한 태양이 서서히 지고 있다.

5세기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면서 이탈리아 반도는 주인 없는 땅이 됐다. 세계사에서 고대가 끝나고 중세로 들어서는 시점이다. 이후 1000년간 유럽세계는 인간성이 철저히 무시된 문화 예술의 암흑기였다. 주인 없는 이탈리아 반도는 타민족의 지배와 십자군 전쟁 등을 거치며 점차 황폐해졌다. 그러나 이슬람과 서유럽 간 교역로로서의 지리적 이점 덕에 결국엔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됐다. 그 전성기를 맞은 곳이 15세기 중반의 피렌체 공화국이다. 경쟁 도시국가인 인근 베네치아와 밀라노를 누르고 상공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우뚝 서게 됐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반도와 유럽을 넘어 세계의 도시로 현대 교과서에도 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문화 예술의 부흥을 통해서 중세 야수의 시대를 종식시키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유럽의 르네상스를 통해서 비로소 인간성이 존중되고 합리성이 중시되는 근대가 열렸고, 그 중심엔 메디치 가문이 이끄는 피렌체 공화국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9개 도와 미국의 50개 주처럼 이탈리아에도 20개의 주(regione)가 있다. 지금의 피렌체는 이들 중 하나인 토스카나 주의 주도(州都)이다. 북쪽 밀라노와 남쪽 로마 사이 중간쯤 위치한다. ‘꽃’이라는 의미가 담긴 영어 이름 ‘플로렌스(Florence)’보다는 현지어 피렌체(Firenze)가 우리에겐 더 친숙하고 멋스럽다. 인구 40만이 안되고 면적도 100㎢에 불과하니 세계적 지명도에 비해선 도시 규모가 작은 편이다. 

피렌체 여행은 르네상스 여행이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아담한 도시인만큼 걸어서 둘러보기에도 적격이다. 직선거리로 가로 세로 각 2㎞에 해당하는 도심 구간만 샅샅이 뒤진다면 피렌체의 명소는 어느 정도 섭렵할 수 있다. 아르노 강 북쪽의 피렌체 중앙역에서 출발해, 베키오다리를 건너 강남의 미켈란젤로언덕에서 석양을 바라보며 여정을 마무리하는 동선이 좋다. 피렌체 하면 누구나 꼽는 명소 16개를 경유하고 이동거리는 8㎞ 정도다. 느긋이 즐기는 여행이라면 2~3일도 좋지만, 시간에 쫓긴다면 하루만으로도 가능하다.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트레킹 루트 (8㎞): 피렌체 중앙역-산타마리아 노벨라성당–중앙시장-산 로렌초 성당-아카데미아 미술관-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지오토의 종탑-두오모 쿠폴라–단테의 집-리퍼블릭 광장-시뇨리아 광장-베키오 궁전-산타 크로체 성당-우피치 미술관-베키오 다리-피티 궁전-보볼리 정원-바르디니 정원-미켈란젤로 광장

메디치 가문의 전용 성당이었던 산 로렌초 성당과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만날 수 있는 아카데미아 미술관을 둘러보고 나오면 피렌체의 상징 두오모에 이른다. 정식 이름은 '꽃의 성모 마리아’를 뜻하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이다. 두오모는 이탈리아 여러 도시마다 있는 대표 성당을 뜻한다.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인 것이다.

463개나 되는 좁은 계단을 통해 두오모 쿠폴라에 오르면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두 연인의 만남 장면으로 워낙 유명해진 현장에 서게 된다. 쿠폴라가 아니면 바로 앞 지오토의 종탑에 올라도 좋다. 두오모의 멋진 8각형 돔지붕과 함께 피렌체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뇨리아 광장.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뇨리아 광장.

단테의 집은 단테 생가를 복원해 ‘신곡’ 등 단테 관련 자료들을 전시해 둔 박물관이다.

회전목마가 돌아가고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리퍼블릭 광장을 둘러보고 나면 시뇨리아 광장에 들어선다. 옛 공화국 청사였던 베키오 궁전과 현 시청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성스러운(santa) 십자가(croce)’란 의미를 품는 산타크로체 성당은 오래된 영국 영화 ‘전망 좋은 방’에서 여주인공 루시가 처음 방문하는 피렌체 명소로 길게 등장하기도 한다. 단테와 갈릴레오 등 명사들의 묘와 지오토의 벽화 등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아르노 강변에 면한 우피치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언급되기도 할 만큼 그 위상이 높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의 향연’ 및 르네상스의 3대 거장인 미켈란젤로, 다빈치, 라파엘로의 명화들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다비드상. 미켈란젤로 작품을 복제한 것이다.
시뇨리아 광장에 있는 다비드상. 미켈란젤로 작품을 복제한 것이다.

우피치를 나서면 베키오 다리가 바로 코앞이다. 다리 위에 기다란 1층 건물을 올려놓은 형상이다. 옛날엔 푸줏간 거리였고 지금은 보석상들로 즐비한 이 오래된 다리엔 700년 이상 전해오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깃들어 있어 세계의 여행객들을 끌어 모은다.

베키오 다리를 건너 아르노 강의 남쪽으로 들어서면 한결 여유롭다. 북적였던 구도심과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메디치 가문의 저택과 정원이었던 피티 궁전과 보볼리 정원은 워낙 방대한 넓이라 생략해도 좋고, 시간이 허락되면 좀 여유를 부리며 거닐어보는 것도 좋다. 

보볼리 바로 옆인 아름다운 바르디니 정원까지 가로질러 나오면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올라가는 언덕길이다. 피렌체 여행을 마무리하려는 여행자들 또는 하루를 마감하려는 현지인들이 매일 해질녘만 되면 이곳으로 몰려든다. 붉은 지붕의 두오모를 중심으로 한 피렌체의 파노라마가 그윽하게 펼쳐진다. 아르노 강 너머로는 하루 수명을 다한 태양이 서서히 지면서 서쪽 하늘을 붉게 물들인다. 

이 언덕을 돋보이게 하는 건 이름 그대로 광장 한켠에 우뚝 솟아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이다. 시뇨리아 광장의 ‘다비드상’과 마찬가지로 복제품이고 진품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돼 있지만 그래도 이 언덕의 복제품이 가장 위용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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