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나무 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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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호 시조시인

대충하지 말앙 시원하게 잘라붑써.” 아내의 잔소리가 귀를 때린다. 심은 지 오래되고, 퇴비를 충분하게 주지 못해서인지 해걸이를 한 지 오래다. 지난해 잘 달린 나무는 올해는 열리지 않고 쉬는 것이다. 설령 귤이 좀 달리더라도 파치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잔가지가 적당히 나도록 잘라줘야 한다. 그래야 내년엔 상품 가치가 높은 크기의 귤이 많이 열리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전정 기술의 핵심은 좋은 상품이 많이 열리게 하는 것이다. 해마다 하는 일이지만 혼자 전정을 하는 것은 어쩌면 나와의 싸움이다.

처음 전정을 시작할 때는 너무나 어려웠다. 책도 보고, 전정을 잘하는 분에게 몇 차례 실습도 받았다. 귤나무 전정은 햇볕이 잘 들고, 통풍이 잘되게 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먼저 죽은 가지, 겹친 가지, 도장 가지를 자르라고 한다.

그러나 말같이 쉽지 않았다. 특히 두 개의 큰 가지 중 하나를 잘라야 할 때는 참으로 난감했다. 그중 하나를 자르고 나서 보면 아이구한숨이 났다. 놔둘 것을 자를 때가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걸 자를까 저걸 자를까 생각하며 자르다 보니 전정하는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어쩔 수 없이 될 대로 돼라하고 과감하게 자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도 귤이 달릴 만큼 달려줘서 고마웠다. 이제는 귤나무 앞에 서면 잘라내야 할 가지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름대로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하고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 전정도 왕도는 있는 것일까 자문해 본다.

자른 나뭇가지를 치우는 일도 만만치 않다. 오래전엔 한곳으로 모아놓고 태우기도 했었다. 지금은 화재위험으로 파쇄를 하고 있다. 그리고 나서야 전정은 끝이 난다.

지난해 노지감귤 값은 바닥이었다. 3.75kg(1)에 사과 하나 값도 미치지 못하는 값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다.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는 농가가 많았다. 대학나무라고 불렀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천덕꾸러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온 것 같다. 아무리 맛 좋고 알맞은 크기의 감귤을 생산하더라도 제값을 못 받으면 노지감귤 재배는 끝이 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베어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 재배 농부들은 올해는 값이 괜찮아지겠지 하고 기대하며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관계 당국에서도 물류비 등 개선할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농부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정책을 마련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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