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 1학기 A학점 67.3%...1년 전보다 31.6%p 늘어
대학가가 지난해 원격수업과 함께 중간·기말시험까지 온라인으로 치르면서 학생 사이에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논란을 줄이기 위해 학점을 후하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대학알리미를 통해 제주대학교 ‘전공과목 성적 분포’를 확인한 결과 지난해 1학기 A학점 이상을 받은 재학생 비율은 67.3%로 전년 동기(35.7%)보다 31.6%포인트 늘어났다. 2학기 A학점을 받은 학생도 45.8%로 1년 전(37.8%)보다 8%p 상승했다.
이 같은 현상은 전국적으로 별반 다르지 않다.
교육부 ‘2021년 4월 대학정보공시’에 따르면 전국 195개 4년제 대학에서 지난해 과목별 A학점 이상을 취득한 재학생 비율은 54.7%로 전년(33.7%)보다 21%p 상승했다. 또 B학점 이상을 취득한 재학생까지 확대하면 87.5%로 전년(71.7%)보다 15.8%p 늘었다.
지방대는 물론 서울 주요 대학들도 연세대 72.8%, 중앙대 72.1%, 이화여대 70.4% 등 A학점 이상 재학생 비율이 크게 늘었다.
도내 대학 한 교수는 “A·B학점을 얼마나 부여할지는 교수 재량이지만 전국 모든 대학이 ‘성적 인플레이션’ 현상을 보이는데 본인만 엄격하게 성적을 매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수업과 시험이 비대면으로 실시되면서 성적 평가 공정성과 부실한 수업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대학 학점에 거품이 낀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의 경우 학점 변별력을 위해 A·B·C학점 비율을 각각 30%·40%·30% 등 상대평가로 정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라 한시적으로 A~B학점 비율을 높이거나 아예 절대평가로 전환한 대학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아도 학점을 잘 받을 수 있다 보니 오히려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떨어져 교육의 질이 하락하는 악순환이 우려되고 있다.
대학생 3학년 이모씨는 “원격수업을 잘 안 들어도 예전만큼 높은 학점을 받는 게 어렵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일부 학생들은 코로나19로 학점 받는 게 쉬워졌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진주리 기자 bloom@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