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有終)의 미(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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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시작도 중요하지만 끝은 더 중요하다. 노자는 끝내기를 처음과 같이하면 실패가 없다고 했고, 영국 속담에는 끝마무리를 잘하면 그 일이 영광을 보장한다(The end crowns work)’는 말이 있다.

시작할 때부터 끝을 맺을 때까지 변함이 없고(유시유종·有始有終), 처음과 끝 시작과 마무리가 한결같기(시종여일·始終如一)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끝이 잘돼야 새로운 시작도 잘된다. 이제 하나의 끝을 맺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는 인물이 있다. 바로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이야기다.

원 지사가 도지사 3선 불출마와 함께 대통령선거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대선 행보에 나선 원 지사가 도지사직을 사퇴할지, 사퇴한다면 그 시기는 언제가 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7월 사퇴설이 나오기도 했다. 그 이후에 사퇴할 수도 있고, 사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원 지사는 사퇴 여부나 시기를 결정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도지사직을 유지하면서 대선 당내 경선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에 경선에서 승리해 최종 후보가 된다면 대선 90일 전인 129일까지 사퇴하면 된다. 최종 후보가 되지 않으면 도지사직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코로나19, 제주 제2공항, 지역경제 회복 등 제주의 현안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사퇴를 서두르면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지방자치단체장의 신분으로 선거 행보에 나서기에는 제약이 많다. 오히려 제주도정을 등한시한다’, ‘몸과 마음이 따로 논다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던 비판과 공감이 공조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한다.

원 지사가 사퇴를 서두르든, 직을 유지하든 선택은 본인의 몫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20147월 취임 이후 재선까지 지난 7, 앞으로 더 시간이 경과할 수 있는 민선 6기와 7기 원희룡 제주도정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다. 그리고 도민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원 지사는 2018년 도지사 재선에 출마하면서 지난 4년간 난개발과 잘못된 이권 개입을 바로잡고, 성장통인 공항 수요 증가와 쓰레기, 대중교통에 설거지를 해왔다. 제주를 위한 일이 마무리가 안 됐다. 성장의 열매를 완성할 기회를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고, 결국 당선됐다.

원 지사가 약속했던 성장의 열매가 얼마나 맺었는지 궁금하다. 원 지사는 지난해 1025일 어쩌면 느닷없이 송악선언을 발표했다. 환경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민선7기 후반기에 들어서야 발표된 송악선언이 임기 내에 마무리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대규모 개발에 따른 난개발을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지만, 국제적인 신뢰를 잃었고 갈등이 더 커졌다는 지적도 많다.

201511월 서귀포시 성산읍 일대가 예정지로 결정된 제주 제2공항은 원 지사 임기 내내 최대 현안이었지만 여전한 찬반 갈등을 지켜보자면 해결책은 감감하기만 하다.

이러한 제주의 현안들이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원 지사가 얘기했던 전임 도정 설거지론이 민선8기 차기 도정에서 또다시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했으니 어찌됐든 원희룡 제주도정을 마무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제주의 주요 현안들, 도민의 민심, 그리고 본인의 정치적인 목표가 한데 얽혀 있는 양상이다.

본인이 말한 듯 책임을 다하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이제 끝을 향하고 있는 원희룡 제주도정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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