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마저 허물어져 가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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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칼럼니스트

얼마 전 정 추기경이 90세를 일기로 선종했다. 고인은 생전에 어두운 세상에 빛과 소금의 가르침을 세상에 전파했으며, 언제나 겸손하고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분이셨다.’고 했다. 추기경은 마지막 순간까지 감사합니다. 모두 행복하세요.”라는 말을 남겼다. 성직자로서 자비와 사랑과 믿음을 몸소 실천하고 영면에 들어갔다. 우리들 가슴속에 울림으로 다가온다.

우리 조상들도 오래전부터 효와 정을 근본으로 삼아 예를 갖추며 순수한 삶을 살아왔다. 어려운 환경을 품앗이를 통해 극복했으며, 특히 제주에는 수눌음이란 미풍양속이 있어 고통과 아픔을 함께했다. 보릿고개 시절이었지만 이웃과 훈훈한 정을 나누며 마음만은 여유롭고 넉넉하며 풍요로웠다. 이는 서로 의지하고 믿으며 신뢰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가 다양화 다변화되면서 황금만능주의가 자리를 잡았다. 사람보다는 물질을 중시하고, 돈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풍조가 형성되었다. 서로 이간질하고 편 가르며, 험담을 일삼았다. 속고 속이는 사회가 돼 서로 불신하고 신뢰할 수 없게 되었다.

믿음이란 종이와 같다. 한번 찢어지거나 구겨진 종이가 다시 원래의 모양을 갖지 못하듯, 믿음도 한번 어긋나면 회복하지 못한다.

논어(論語) 안연편에 무신불입(無信不立)’이란 말이 나온다. 정치나 개인 관계에서 믿음과 의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다.

공자의 제자가 스승님께 정치에 대해 물었다. “정치란 무엇입니까?” 스승이 대답했다. 첫째는 식량을 풍족히 쌓는 것이고, 둘째는 튼튼한 군대를 마련해야 하며, 셋째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이어 답하기를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로서 백성의 믿음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고 했다.

요즘 세계 모든 국가가 코로나 백신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대통령은 신년 초 기자회담에서 백신은 충분한 물량이 확보되었다.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부작용은 전적으로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백신이 없어 난리다.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에 대한 해명은 일언반구도 없다. 최고지도자로서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총리대행은 거리두기를 3주 더 연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믿어달라고 한다. 그런데 무엇을 믿으란 말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정부가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지키라고만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다. 약속과 책임을 다하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도리가 아닌가.

믿음은 거멀못과 같다 잘못되면 모래알처럼 흩어지게 마련이다. 믿음은 어느 한순간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숙성된 것처럼 농익어야 한다. 단순하게 말로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현실을 남의 탓으로 돌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자업자득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과의 약속, 상대방과의 약속도 잘 지켜지고 있는지, 언행에 거짓은 없는지, 스스로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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