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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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 이석문 제주도교육감이 늘 강조해 온 말이다. 2014년 첫 교육감 선거에도, 2018년 재선에 나서면서도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 교육청의 행보를 보자면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교육청이 관리하는 아이들만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교육청은 최근 제주도의회를 통과한 올해 1회 추경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제주교육희망지원금 예산 88억원을 반영했다. 도내 유치원과 초·중·고·특수학교 학생 8만8000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교육희망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곧바로 ‘사각지대’ 논란이 표출됐다.

교육청 관할이 아닌 어린이집 어린이와 가정에서 보육되는 어린이, 영유아, 학교에 다니지 않는 학교 밖 청소년 등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과 청소년들은 3만3000여 명에 달한다.

교육청은 학교 밖 청소년과 어린이집, 가정 보육 어린이 등은 제주도 소관인 만큼 지원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쪽은 그쪽에서 알아서 하라는 뜻인 듯싶다.

도의회는 교육청이 편성한 예산 88억원을 승인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번 추경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 다만 도의회는 추경안을 의결하면서 교육희망지원금을 지급 여부와 시기, 방법 등을 정부 제2차 추경과 연계해 제주도, 교육청, 도의회 등 3자가 협의하도록 부대의견을 달았다.

제주도는 사각지대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지원하는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도의회 부대의견에 대해 제주도와 교육청의 미묘한 입장차도 감지된다. 결국 교육희망지원금이 언제, 누구에게까지 지급될지 모호한 상황이 됐다.

제주도가 대승적으로 30억원 가량의 예산을 반영하면 해결될 일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교육청의 일방적인 태도에 더 많은 비판이 나온다. 교육청은 교육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제주도와 사전에 협의를 하지 않았다. 도의회에서는 ‘불통’, ‘독불장군’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제주도는 내심 “또 당했다”는 반응이다.

지난해에도 교육청은 만7세 이상 초·중·고 학생에게 1인당 30만원씩 교육희망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역시 학교 밖 청소년을 제외했다. 제주도가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당시에도 교육청은 제주도와 별다른 사전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해 논란을 빚었다.

이석문 교육감이 진정으로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면 교육청이 관할하지 않는 사각지대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를 먼저 고민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제주도가 끝까지 지원하지 않겠다고 하면 “우리 책임이 아니”라고 할 것인가.

제주도와 교육청의 예산 갈등은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반복돼 왔다.

교육청과 제주도의 예산 싸움에서 제주도는 결코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자녀들을 지원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교육청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이석문 교육감은 무상교육, 무상급식 등을 공약했고 모두 이뤄냈다. 분명 제주교육의 커다란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들은 제주도와의 협력이 전제돼야 하는 부분이다. 일단 저질러 놓고 보자는 심산으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교육청은 학생들을 책임지지만 제주도는 도민 전체를 봐야 한다.

제주도 역시 대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시선이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소통하고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한 명의 아이도 놓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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