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쓰레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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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소규모 야외 행사에 다녀왔다.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식당 이용에 어려움이 있어 도시락을 준비하였다. 도시락 안에는 김밥과 빵 그리고 음료, 후식으로 과일이 용기에 담겨 있다. 나름의 정성이 보이고 한끼 식사 대용으로는 충분하겠다.

돌아오는 길에 일행이 말한 김밥 한 줄의 가격이 놀랍다. 이 브랜드에는 식사 한끼 가격의 김밥도 있단다. 나름대로 재료에 차별화를 두었겠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는 망설여지는 가격이다. 시간에 쫓겨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려는 이들에게는 부담이 되겠다.

김밥을 포장한 도시락을 보니 한 번 사용하고 버려질 텐데 꽤 고급화되었다. 굳이 그래야 할까 싶은데 도시락 안쪽에는 얇은 비닐로 코팅도 했다. 그러다 보니 사용 후 분리배출도 문제이다. 종이류가 아닌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그도 그렇겠지만, 이 일회용 도시락 또한 김밥 원가에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김밥 가격이 깡패다’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오래전이다. 접시 세트를 선물로 받았다. 수입 제품이라 기대하며 포장을 뜯었는데 실망이다. 재생 종이를 이용한 듯 포장 상자가 누렇다. 하찮아 보이는 포장에 혹시 배송 중 깨지지나 않았을까 조심스레 열어보니 안에는 종이 기둥을 세워 안전하다. 제품 파손에 문제는 없었지만, 기대 이하의 포장에 “뭐 이런….” 하며 상자째 수납장에 넣어뒀다.

얼마 전 집안 정리하다 수납장에 보관했던 접시를 발견하고, 재생 종이를 이용해 제품 원가도 줄이고 환경도 생각한 친환경 포장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게 된다. 짧은 생각에 좋은 상품은 포장도 고급스러워야 한다고 고집했던 게 부끄럽기만 하다.

고가의 상품 포장, 우리나라 기업이었으면 어땠을까. 품격을 운운하며 화려하고 고급재질의 포장 상자로 치장하지는 않았을까. 명절을 앞두고 마트마다 전시된 선물 세트만 봐도 알 수 있다. 견고한 상자도 모자라 양면 보자기 매듭으로 포장을 마무리했다. 과연 이 상자와 보자기를 재활용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킬 손재주가 없는 이들에게는 그저 고급 쓰레기에 불과할 뿐이다.

불필요한 과대포장을 금지하며 과태료를 부과하는 지자체도 있었지만, 그 또한 제도에 불과했을 뿐 사회적 동참은 미미했다. 명절 지나고 나면 클린하우스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포장용 쓰레기를 보면 그렇다. 마음과 정성을 운운한 선물이 상품의 원가를 높이고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어 안타깝다.

김밥 한 줄이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김밥은 소박하지만, 행복한 밥상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반찬 없이도 한끼 식사로 밥을 챙겨 먹을 수 있어서이다. 든든한 식사를 위해 고급 일회용 포장 용기보다 그들은 한 줄의 김밥을 더 원한다. 그런 이들에게 고급 포장 용기를 원가에 포함한 가격은 부담인 것이다.

일회용품의 고급화가 제품 가격을 높이면서 환경까지 외면하고 있다. 거품을 뺀 김밥 가격, 식품 전용 종이를 이용한 친환경 도시락으로 원가도 줄이고 환경도 생각하는 포장이 되었으면 한다. 고급 선물 포장보다 실속 있는 선물 포장이 소비자들의 선택기준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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