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등봉공원
오등봉공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좌동철 사회부장

2016년 제주의 집값 상승률은 전국 최고였다. 그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은 300만명이 넘었다. 면세점과 카지노에 외국인들이 몰렸다. 호화 크루즈선이 연달아 제주항에 기항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세입 호황을 누렸다.

2017년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채무 제로’를 선언했다. 그런데 이듬해인 2018년 원 지사는 지방채 1조원 발행을 발표했다.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36곳과 도로 1143개소에 산재한 1320만㎡의 사유지를 매입하기 위해서였다. 역대 제주도정에서 단일 사업으로는 가장 많은 빚을 냈다.

제주도가 막대한 빚을 낸 이유는 도시공원 효력이 해제되는 일몰제 때문이었다. 과거 초등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인 오등봉공원을 비롯해 건입동 국립제주박물관 맞은편 중부공원의 녹지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제주도는 지방채 1조원 발행 이유로 “장기미집행 공원·도로의 사유지를 매입하지 않아서 지불해야 할 토지 사용료보다 지방채 이자 부담이 더 싸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떨어지는 날이 없이 매년 오르는 땅값을 볼 때 1조원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2019년 9월 오등봉·중부공원에서 민간특례 사업을 추진한 배경이다.

민간 주택건설 사업자가 사유지 100%를 매입해 면적의 70% 이상은 공원으로 조성, 제주도에 기부 채납하고, 나머지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제주도는 2001년 공원으로 계획해 놓고도 사유지 매입에는 무관심했다. 20년이 흐른 지금, 일몰제에 대한 대안이 없다보니 성급하게 민간특례 사업을 시행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원은 지난달 추경 예산안 심사에서 “일몰 시한이 임박해 동의안이 제출되면서 도의회가 이를 통과시키지 않으면 마치 난개발의 주범이 될 처지에 놓였다”며 “10년 전부터 도의회가 도시공원 일몰 문제를 지적했는데 담당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를 해 오다 이제 와 의회를 압박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토지주들의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오등공원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상윤)는 연북로 위쪽에 15층 고층 아파트 건립 시 스카이라인 붕괴와 진지동굴 등 환경 파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이상윤 위원장은 “민간특례 사업으로 소나무 6000그루를 베어낸 후 15층 아파트가 들어서면 한라산 조망권을 차단하게 된다”며 경관 훼손을 지적했다.

특히 오는 9월 말 감정평가를 통해 제시될 보상가격에 대한 토지주들의 수용 여부는 사업 성패의 관건으로 떠올랐다. 개발이 제한됐던 오등봉공원은 공시지가가 1㎡당 1만원에 불과하지만 실거래가는 50만원으로 50배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오등봉공원 전체 면적의 76만4863㎡ 중 35.6%(27만2286㎡)는 주택과 창고 등 건축물과 경작지가 이미 들어서면서 개발된 상태다. 입목본수가 50% 이하인 곳은 건축법에 따라 4층 이하의 공동주택을 지을 수 있다.

상하수도가 매설됐고 대도로가 뚫렸고, 도서관과 문화공연시설이 들어섰다. 자연녹지이지만 그 어떤 곳보다 개발 압력이 높다.

제주시는 난개발을 차단하고 코로나19로 허리띠를 졸라 매는 긴축 재정에서 민간특례 사업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현재 보유한 자체 예산으로는 야자매트나 깔아서 산책로 밖에 설치할 수밖에 없고, 제대로 된 공원은 조성하기 어렵다고 했다.

도의회는 대안이 없어서 민간특례 사업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동의해줬다. 그러면서도 새로운 인구 밀집지역이 나오면서 생길 도시 계층화와 양극화 문제, 경관 훼손을 지적했다.

오는 8월 11일 이전에 실시계획 고시를 목표로 환경·재해·교통영향평가 심의 절차에 돌입한 제주시가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