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해지고 늘어나는 동물학대…경찰 수사 역량은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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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업무 벅차고 전문성 미비해 사건 처리 효율성 감소
경찰관들도 수사 어려움 겪어…“특사경 등 대안 필요”

동물학대가 점점 더 잔혹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관련 범죄도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의 수사 역량은 여전히 제자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본지 취재 결과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에 따르면 도내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검거 건수(인원)는 2017년 4건(6명), 2018년 11건(13명), 2019년 7건(10명)으로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초 제주시 삼도2동 한 폐가에서 발견된 길고양이 사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지난해 8월 초 제주시 삼도2동 한 폐가에서 발견된 길고양이 사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제주동물친구들 제공

지난해와 올해 건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전국적으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0년 69건에서 2019년 914건으로, 지난 10년간 무려 13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부터 통계가 잡힌 도내 동물학대 신고 건수 또한 1월 6건, 2월 4건, 3월 11건, 4월 14건, 5월 9건, 6월 13건 등 매월 10건 안팎에 달하고 있다.

현재 동물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동물학대 수사와는 거리가 먼 각 경찰서의 지능범죄수사팀이나 경제팀에 사건이 배당된다.

하지만 기존 업무도 벅찬 데다, 전문성 역시 미비해 사건 처리 효율성이 떨어지고, 담당 경찰관들도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달 1일 이은주 국회의원(정의당·비례대표)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일선 경찰관 대상 설문조사에 의하면 ‘동물학대 사건을 맡아 수사하는 게 어렵다’는 응답이 72.6%를 차지했고, ‘사건 처리에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느꼈느냐’는 질문에 72.6%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건을 접수해도 수사가 대부분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미성 ㈔제주동물친구들 대표는 “사건 접수 후 검찰 송치까지 걸리는 기간만 보통 무려 4, 5개월”이라며 “사건을 접수해도 경찰관 대다수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반려동물이 동물이 아닌 가족이라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많은 경찰관이 동물학대 사건을 사람에 준해서 바라보지 않아 사명감 있게 수사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관은 “수사권 조정 이후 수사관들의 업무가 크게 늘고, 아무래도 전문성이 없다 보니 사건이 지체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동물학대 범죄도 중요한 사건이라고 생각해 사건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찰 인력 투입에 한계가 있을 경우 전문가나 행정공무원에게 고발권, 수사권을 갖게 하는 동물학대 전담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지난 2월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학대 행위를 한 경우 종전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법보다 실효성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동물자유연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19년 6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은 69명 중 실형이 선고된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또 제주경찰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최근 3년간 입건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범 29명 가운데 구속된 사람은 1명도 없다.

김미성 대표는 “동물들에 대한 잔인한 폭력행위로 분풀이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그 행위가 언젠가는 사람에게로 향할 수 있는 만큼 동물 학대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마련돼야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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