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희구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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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사람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다를 뿐 권태감이나 싫증이 마음 한 켜에 도사려 있다. 이는 변화와 새로움에 대한 욕구이며,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갈망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한 불만의 표출이란 시각도 있다. 의·식·주에 관련된 것들을 바꾸거나 신체를 성형하려 드는 것은 이런 심리나 욕구의 반영이다.

지금의 내 존재는 유년시절부터 배우며 익힌 습관이 축적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좋은 습관을 들이려는 것은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지난 시절에 더 열심히 배우고 좋은 습관을 들였다면 지금의 내 존재와는 다른 인격체일 수도 있다. 형성된 습관은 성격이 되고 인격으로 드러난다. 그런 연후에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를 빗댄 속담이 있다. ‘꼬부라진 쇠꼬리 곧은 대롱에 담아 3년을 두어도 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런 습관이나 성격이 맘에 들지 않으면 고쳐보려 애를 쓴다. 작심 3일이 되고 마는 잡다한 결심을 연초 마다 되풀이 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끈질긴 각고의 노력 끝에 고쳐지는 것도 있지만 성격이나 인격의 본질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나이든 분들이 하는 ‘생긴 대로 살라’는 충고의 말이 있다. 현재의 처지를 긍정하며 분수에 맞게 살아가란 뜻이다. 이런 자기 긍정에 대한 동조일까? 변화와 새로움의 추구보다는 지난 것을 소환하여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옛것을 희구하는 레트로(Retro)이다. 레트로는 옛날의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복고풍이나 복고주의를 말한다. 과거에 인기를 끌었던 음식이나 패션, 헤어스타일이나 영화, 음악, TV드라마들이다. 이것들이 현대 감각에 맞게 각색되거나 리메이크되며 전 세대에게 호응을 받고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그 시절 향수와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MZ세대에게는 이색적인 뉴트로(new+retro) 감성을 불러일으킨다.

사회학자들은 이런 레트로 현상은 현대인들의 소외와 불안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지금은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스마트 미디어 시대다. 이런 시대에 얹혀 사는 현대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느 때보다 더 소외되고 고독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거기에 현실 불안이 더해지며 그 반작용으로 지난 것들을 희구하는 현상이 생겨나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 정치도 무도한 행태를 서슴없이 저지르다가는 불안한 나머지 지난 시절의 정치를 소환하여 대체하려 들지도 모른다.

세상은 변한다. 그것도 초스피드로. 그 변화는 무엇으로도 가로막지 못한다. 머지않은 훗날 지구의 공해를 피해 미지의 어떤 세계에 살게 될지도 모른다. 우주 공간에 별 같은 돔을 띄워 생활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그 때는 지구에 살던 시절의 온갖 것들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첨단 문명에 기대어 살면서 원시의 삶을 동경하는 현대인들처럼.

마스크를 쓰고 서로 떨어져 살아야 하는 지금의 힘든 삶도 언젠가는 그리운 추억으로 각색되어 아름답게 떠오를 수도 있다. 지금은 너무 힘들어서 빨리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겠지만, 고통 뒤에는 아름다운 추억이란 보상이 따르는 게 인생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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