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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 신단수

죽음 후에 어디서 본듯한 얼굴들과의 재회는 함박웃음을 불러낸다. 눈으로 보이는 개념과 다르게 해석해야 하며 느껴지는 감정이 의사소통이다. 각자의 삶을 살았기에 서로를 인정하고 칭찬이나 질타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표시이고 약속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였기에 시작과 끝이 있는가 하는 안타까움과 궁금함은 영역을 벗어나는 그저 남의 일로 해야 한다. 윤회하는 데 있어 어떤 새로움에 도전하느냐는 누구 권유가 아닌 철저히 혼자만의 숙제로 답을 구해야 한다. 조금은 높은 수준의 스승으로부터 받는 용기와 격려는 큰 힘이 되어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신의 존재감은 분명한 사실이나 어떤 답을 들을 수 없고 이거라는 확신도 부족하지만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는 믿음에 밑줄을 그어내자.

언제라도 행복한 미소의 주인공은 먼 나라에서 가난한 이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신다.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어 감사하고 한숨 나오는 상황에서도 적시 적소 도움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으니 내일을 걱정하지 않은 정도란다. 웃으며 옛날이야기를 하지만 무모한 시작은 하루가 버거웠단다. 당장 도울 수 없는 처지에 외면하고 싶은 장면은 잠조차 설쳐야 했고 젊고 패기만 믿었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패배 의식은 급기야 하나님을 원망했고 도망가고 싶었단다. 불편한 감정을 속여야 했기에 껍데기 사랑은 슬픔을 넘어선 분노였고 없던 병도 만들어냈단다.

부진이 깊어질 때 스치듯 지나간 노수녀님과 만남은 목마르던 갈증의 단비 같은 깨우침을 주었다. 처음 본 얼굴이었지만 낯설지 않았고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을 벗어내고 알량한 자존심을 던져내야 진짜가 보일 거라는 한마디 조언이 오랜 방황의 마침표를 찍었단다. 간절한 염원의 응답은 이렇듯 소리 없이 다가오며 시련은 단단함을 더하라 채찍이다. 이 둘의 관계는 전생의 남매이다. 전쟁터에 끌려나간 동생을 위해 무릎을 꿇었으며 살아서 돌아온다면 앞으로 삶을 신과 함께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 후 어렵게 집으로 돌아왔고 다리를 잃은 상태였지만 영웅의 귀환처럼 따듯한 보살핌에 여생을 마칠 수 있었다. 어려서부터 반복되는 꿈에 포근하고 아름다운 표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기억 저편에 남아있는 빚을 갚아야 한다는 간절함이다. 장애인에게 유독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이유는 그가 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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