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는 정치인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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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시인·수필가·前 애월문학회장

필자의 고등학교 2학년 시절 급훈이었다. 당시 남자 고등학교의 급훈이라고 하면 흔히 ‘책임감’, ‘성실’, ‘도전’ 등이 강조되던 때였다. 그러기에 신학기 초 마주한 ‘염치’라는 다소 엉뚱한 단어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염치(廉恥)’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사회과목을 담당하던 담임 선생님은 우리에게 염치를 알아 학교에서도, 또 나아가 사회에 나가서도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기를 바랐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염치 있는 사람이 되자’는 말은 아직도 필자의 가슴속에 진한 울림으로 남아 있다.

아마 우리 사회에 염치없는 사람들이 아직 많아서 더욱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염치라는 단어는 청렴할 염(廉)과 부끄러울 치(恥)라는 한자가 합쳐진 합성어이다. 그렇다면 ‘염치’라는 단어는 청렴하고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이라고 풀이될 수 있다. 그래서 사전에서 보통 ‘염치’라는 말은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을 뜻한다. 염치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쓰이는 단어이다. ‘염치 불구하고’라는 말이 관용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염치라는 말이 ‘얌치’라는 말로 변형되고, 그 후 ‘염치를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의 ‘얌체’라는 말로 변형됐다.

또한 염치라는 한자 앞에 또 다른 한자가 붙어서 생긴 단어들도 있다. ‘가라앉다, 없다’라는 의미를 가진 몰(沒)이라는 글자가 앞에 붙어서 ‘몰염치(沒廉恥)’라는 단어가 생겼고, 아예 ‘깨뜨릴 파(破)’라는 글자를 붙여서 염치를 깨뜨린 사람이나 행위를 비판하는 ‘파렴치(破廉恥)’라는 단어도 존재한다.

이와 같이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종종 사용하는 단어인 염치. 그런데 이 말은 관용적인 쓰임 이상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염치는 정치하는 사람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소양이라고 상조됐는데, 비단 이것은 정치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모든 사람들은 염치가 있어야 하는데, 특히 오늘날 국민들을 대신해서 정치를 대리하는 정치인들은 더더욱 염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이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지위를 가진 사람의 자기반성과 비판의 겸허한 수용, 그리고 그 지위에 걸맞는 행동이라는 것과도 연결될 것이다. 그 판단 이전에 자신이 한 행동부터 반성하고 그 지위에 걸맞은 행동을 한 다음에 할 수 있는 비판이다.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만 해도 그렇다. 실제로 얼마 전 모 연예인의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TV에도 자주 출연하던 연예인 가족인지라 대중들의 관심도 그 만큼 높았다. 비난 그런 문제뿐만이 아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염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버스기사를 폭행하는 것은 예사고 차량 출입이 거부당했다고 아파트경비원을 폭행하기도 한다.

맹자는 ‘무수오지심 비인야(無羞惡之心非人也)’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라고 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염치’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모두 스스로를 돌아보고 ‘염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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