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76주년 특집] 차별 관습 개혁 위해 ‘성평등 표준안’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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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한 마을 만들기-(2)성평등 실현하는 지역들
마을선거 1인 1표제·개발위원회 위원 여성 할당 40% 등 포함
여성의 마을 운영 참여율 높여 문제 제기·개선 어려움 없애야
2019년부터 성평등 마을 조성 사업을 위한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성평등 표준안을 마을 규약 내 반영시키는 게 최종 목표로 1년 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2019년부터 성평등 마을 조성 사업을 위한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성평등 표준안을 마을 규약 내 반영시키는 게 최종 목표로 1년 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도내 마을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는 얼마나 반영될까. 여성들은 밭일을 도맡아 하면서 가정 내 돌봄을 책임지는 동시에 농촌의 대소사까지 챙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짐에도 마을의 주요 결정을 내릴 때 권리를 행사하기는 어렵기만 하다.

하지만 최근 마을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여성들의 고정적인 역할은 던져버리고, 의사 결정에 있어 한표를 행사하기 위한 성평등 마을이 조성되고 있다. 본지는 창간 76주년을 맞아 제주가 성평등한 마을로 변화하는 모습을 짚어본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①제주여성의 현 주소 ②성평등한 마을로 변화하는 지역들 ③앞으로의 과제. 【편집자주】

소위 말해 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못한다.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면서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소수 의견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마을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주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등 마을이 바뀌고 있다.

본지는 창간 76주년을 맞아 성평등 마을로 변화하는 지역을 조명하고 있다. 제주 여성의 현주소에 이어 규약이 개정된 마을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마을 의사결정, 여성 목소리 높여야

선거의 기본 원칙은 11표다. 투표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권리이자 의무다.

하지만 어떤 마을규약은 11표 선거권이 아닌 가구당 1표로 규정돼 있다. 투표의 주체는 당연히 남성이 됐다.

미래세대는 이런 마을규약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마을규약은 마을공동체에서 사람들 간 기본 질서를 잡아주는 이() 단위 자치 규범이다.

마을이 가야 할 목표와 방법을 주민들의 토론과 합의로 정해놓은 마을의 헌법같은 것으로 마을 운영과 관련한 기본 자치 구조이다.

이처럼 마을 공동체 구성원 간 약속이라 할 수 있는 규약이 낡은 규제가 되고 있다.

특히 마을의 중요 의사결정기구인 개발위원회(마을임원조직) 구성의 성별 불균형을 해소해 나갈 수 있는 조항들이 전무하다.

제주도와 제주여민회가 2018년 실시한 제주지역 마을의 의사결정구조와 여성의 실험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여성이 차별과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거나 시정할 수 있는 방법이 한정적이어서 성평등 마을규약 표준안마련이 가장 시급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개발위원회는 마을에서 대표성 있는 직책을 갖기 어려운 여성들이 마을 운영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마을 자치 역량과 리더십을 기르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조사 결과 18개 마을 중 현직 부녀회장 1명이 유일한 여성 개발위원인 경우가 40%였고, 규모가 큰 마을이라 복수의 여성이 참여한다 해도 최대 2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마을규약에 성평등 표준안을 반영해 여성의 참여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표준안의 핵심은 마을선거 11표제, 개발위원회 성별 균형 구성을 위해 여성 할당 40% 실시, 성인지적인 여성리더십 역량 강화이다.

그러나 제주도가 3년간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규약에 성평등 표준안을 반영하는 일이 쉽지 않다.

2019년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3·성산읍 신산리·제주시 한림읍 한림3리가 성평등 마을규약 표준조항 변경 시범 사업으로 선정됐는데 신도3리가 유일하게 선거권 11표가 반영됐다. 또한 운영위원회 구성 15명 중 여성비율을 1명에서 30% 이상으로 높였다.

한림3리는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공평하고 동등한 권리를 마을규약에 넣었다.

하지만 신산리는 규약변경이 끝내 채택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시범 마을로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1·안덕면 대평리·성산읍 난산리·제주시 한림읍 금악리·구좌읍 월정리가 확정됐고 신도1리가 양성평등한 공동이익 증진 개발위원회 구성에 부녀회장 당연직 추가 및 여성비율 30% 양성평등한 배려와 존중 의무·성관련 피해 시 피해자 보호조치 시행 의무 마을회 모든 결정사항의 발언기회 균등배분 조항이 반영됐다.

대평리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의 양성평등한 권리를 마을규약에 포함했다.

반면 난산리는 채택불가하다는 의견을, 금악리와 월정리는 20222월 마을 총회에서 최종 개정하기로 했다.

모두가 성평등한 마을을 꿈꾼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시범 사업으로 선정된 5개 마을 가운데 4개 마을만 표준안을 채택하는 등 규약 변경이 녹록지 않다.

제주의 172개 모든 마을(행정리)에서 성평등한 마을규약이 논의될 수 있도록 성평등 마을규약 표준조항 확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성인지 프로그램 진행하며 울고 웃고

성평등 마을규약이 통과되기 직전까지 시범 마을들은 성인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규약 내 성평등 표준안 조항 반영이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지만 이를 도입하기 위해 마을은 공동체의 행복한 삶이라는 공동 목표하에 1년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다.

교육이 이뤄지면서 여성들은 생활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또한 아프지만 자신의 찾아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고, 지금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하고싶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리고 자신과 딸의 인생까지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남성들도 여성들이 권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세대별로 이건 여자가 해야지라는 의식을 갖고 있는 주민들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첫 성평등 규약 통과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3

현진희 부녀회장의 기여도 커

이장 역할·성인지 감수성 중요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3리는 전국 최초로 성평등 마을규약을 통과시키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또한 개발위원회 명칭을 운영위로 바꾸는 성과를 이뤄 내기도 했다.

현재 신도3리 부녀회장을 맡고 있고,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제주도연합 회장을 맡은 현진희 회장(사진)우리 마을은 2019년에 첫 시범 마을로 선정된 후 성평등 표준안을 마을규약에 반영하기까지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다만 2년 동안 8개 마을의 규약 변경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마을 이장의 의지가 중요하고, 성인지 감수성이 없다면 성평등 표준안 채택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특히 현 회장은 성평등 표준안이 마을규약에 반영되더라도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본인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회장은 성평등 마을 조성 사업을 위해 TF팀을 꾸려 교육을 받고 모의총회를 하긴 하지만 더 많은 훈려이 필요하다지금은 표준안이 마련됐어도 이에 맞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농촌 남성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 횟수를 늘려야 한다처음에 여성농민회에서 성평등 관련 교육을 진행할 때도 거부감이 많았다. 하지만 꾸준히 진행하다 보니 인식이 변화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성평등 마을을 위한 공동체의 노력은 계속 이뤄져야 한다. 공동체가 성평등 의식을 갖고 있으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게되고 삶의 질도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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