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험한 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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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신단수

무당은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그만큼 특별한 자부심과 끊임 없는 인내, 절제된 생활을 거쳐야한다.

하늘과 땅의 운세를 미리 예측해 좋고 나쁨을 알려주니 고맙다 감사하다 소리를 들었으나 필요에 의한 만남이었기에 혀는 숨기고 입은 무겁게 들은 말은 한 귀로 흘려야 했다.

직업으로 천대 받았으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고 옳고 그름이 마지막 자존심이었기에 신의를 목숨보다 중요시 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소문으로만 남아 이제는 진짜를 찾아보기 힘들다.

게으르니 공부는 뒷전이고 굿이나 춤 노래는 학원에서 가르치니 왔다 갔다 시간만 보내다 흉내 내는 수준이면 졸업이다.

지나고 보니 아닌 것 같고 밑천 생각이 나니 아무에게나 신을 받으라 강요하고 대충 끼워 맞추기 대안으로 순간을 넘어가는게 현실이다.

지치고 힘들 때 공원묘지나 납골당을 찾는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지만 꽃도 피기 전에 한 줌의 재로 남아있는 이들과 마주하고 있자면 숙연함과 자기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된다.

위로가 아니어도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각오는 새로운 희망이다.

버스 정거장까지 가는 도중에 굿당이 보여 호기심에 들여다보니 마당 한가운데 무당이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특유의 목소리나 자연스러운 몸짓이 제대로 된 솜씨다. 상차림에도 치성이 보였고 도움을 주는 이들의 진지한 표정은 옛 향수를 불러냈다.

순간 무당과 눈이 마주쳤는데 얼굴이 하얘지더니 손짓으로 연주를 멈추라는 신호를 보냈다.

모두들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는데 내 앞으로 오더니 세 번 절을 하더니 선생님께서 귀신을 모시고 왔는데 성의 표시를 할 테니 떠나 달란다.

놀랄 일도 아니어서 그렇다면 이러한 사정을 알고 나를 따라왔을 거니 이제는 당신이 그 해결책을 찾아줘야 하는 거 아니냐 지금 상황을 보니 그리 녹록지 않아 보이는데 이왕 시작인거 서로를 위해 상부상조하면 어떻겠냐 하니 그렇게 하잔다.

팔자에도 없는 박수 노릇을 했지만 측은지심이다.

하여간 공밥은 안 먹으니 기도를 청한 집안도 복을 받을 것이고 무당 또한 새로운 경험은 나름 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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