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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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성.신단수

한 세대만 거슬러도 혼인은 인륜지대사요 집안 어른들의 고유권한이었다. 물론 경험과 연륜도 필요했지만 이는 선조들의 지혜다. 재산의 규모보다는 집안 내력을 들여다봤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주변 평판은 어떤지 따지고 확인했다. 신랑의 사주단자를 보내 궁합을 따졌고 점술가의 허락이 떨어지면 사돈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때 중매쟁이 역할도 중요했는데 이는 그동안의 신뢰와 믿음의 결과이다. 돈벌이에 급급한 상술보다는 뭔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는 뿌듯함이다. 개중에는 상극이라는 반대에 막혀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지금은 옛날 방식이고 미신이 됐다. 천대받고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지만 혹시 하는 우려가 있으면 밑져야 본전, 짚고 넘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재혼일 경우 외롭고 쓸쓸하다고 서두르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되고, 아니다 하는 결론을 내릴 때는 이미 엎어진 물. 약으로 고칠 수 없는 마음의 상처가 남는다.

하늘이 정한 운명은 나이와 상관없이 첫 만남 느낌에서 시작된다. 손님의 첫인상은 손해 보지 않겠다고 쓰여있다. 의사시냐 하니 맞단다. 그리고 바로 찾아온 용건을 꺼냈다. 얼마 전에 이혼했단다. 아직은 젊고 이쁘다며 여기저기 소개 주선도 들어와 몇 번 나가봤지만 은근히 자존심도 상하고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불편한 만남은 싫고 좋고 간에 답답하단다. 다행히 부모덕에 병원도 개원했고 건물세도 안 나가 경제적인 여유도 있어 못다 한 공부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백마 탄 왕자 같은 인연이 나타났단다. 나이 차이가 나지만 존경하고 싶고 소녀 감성처럼 보고 싶고 기다려진단다. 아직은 혼자 간직하고 있지만 관심의 대상이란다. 장난 인척 생일을 알아냈는데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단다.

그런데 이름과 연월일을 따져보면 기혼자다. 지저분한 전과도 있을 거고 쫓겨 다니는 신세이다. 이분 거주지가 있냐 하니 별거 중이라 누이동생에게 잠시 의탁하고 있단다. 아니 똑똑하다 하신 분이 세상 물정을 몰라도 이건 아니다 하니 한동안 아무 소리 없다가 연락을 드리겠단다.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있어 다행이다 싶었는데 얼마 후 고맙다 전화다. 본부인에 내연녀까지 있고 사기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받고 있단다. 누구에게는 원망을 들어야 하지만 그래도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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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0-19 19:36:36
재미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