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고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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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기도하는/ 사랑의 손길로 떨리는 그대를 안고/ 포옹하는/ 가슴과 가슴이 전하는 사랑의 손길 (후략)”

밤에 들으면 좋다는 조용필의 명곡 〈비련〉의 도입부다. 한데 이 노래에는 얽힌 사연이 있다. 가는귀먹은 데다 워낙 과문이라 나만 모르고 있었는가. 지인이 카톡으로 보내준 사연이 감동적이라 윤문(潤文)해 여기 싣는다. 혹여 나같이 세상사에 소홀한 이가 있다면 공유하고 싶었다.

매니저 최동규 씨가 조용필의 4집 발매 당시 인터뷰 내용 중 발췌한 것이라 밝히고 있었다. 4집 발매 후 무척 바쁜 와중에, 어느 요양병원장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는 것. “저의 병원에 14세 지체 장애 여자아이가 입원해 있는데, 조용필 씨의 〈비련〉을 듣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입원 8년 만의 기적 같은 반응이었다., 그러니까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내 보였다는 얘기다. 이어 그는 “소녀의 보호자 측에서 돈은 원하는 대로 드릴 테니 조용필 씨가 직접 그 노래를 불러 줄 수 없을는지, 아니면 잠깐 와서 얼굴이라도 보게 해 줄 수 없겠나?” 하는 말을 건네 왔다 한다.

매니저 최 씨는 “당시 조용필 씨가 카바레에서 한 곡을 부르면 3,4천만 원 정도 받는다.”는 말을 전하고 있는데, “조용필 씨가 이 얘기를 듣더니, 피던 담배를 바로 끄고는 곧바로 그 병원으로 출발하자.”고 했다는 것. “그날 이미 계약된 행사가 4곳이 있었는데, 갑자기 다 취소해 위약금까지 물어주고는 요양병원으로 달려갔다.”고, 그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는 것이다. 병원 사람들과 그 아이 가족들이 깜짝 놀란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가수 조용필 씨는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사연 속의 소녀를 찾았다. 소녀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흐린 눈을 멍하게 뜨고 있었는데, 이적(異蹟)은 이때부터 시작됐다는 게 아닌가.

조용필 씨가 소녀의 손을 잡고 〈비련〉을 부르자, 잠시 전까지 무표정했던 그 아이가 펑펑 소리 내어 운 것이다. 그 순간, 소녀의 부모도 울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함께 우는 바람에 주변이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됐다 한다.

함께 눈시울을 붉히던 조용필 씨는 여자아이를 안아주고, 자기가 사인한 CD를 손안에 쥐어주었다 한다. 그러고서 차에 오르려 하자, 여자아이의 부모가 “바쁘실 텐데 정말 고맙습니다. 너무 감격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돈은 어디로 보내면 됩니까? 또 얼마를 보내면 되는지요?” 하고 물었다.

차에 오르며 조용필 씨가 대답했단다. “아니에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돈이라니요? 따님 눈물이 제 평생에 벌었던 돈보다 더 비쌉니다.“

세상에는 가슴 따뜻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돈보다 더 귀한 것은 어렵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따스한 사랑을 주는 게 아닐까.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한 법이다.

이제 얼마 없어 갈바람에 나뭇잎이 나뒹굴 것이고, 불붙듯 산야에 단풍이 입었던 화려한 의상을 벗어 던지고 나면 문득 눈앞으로 올 고난의 겨울. 겨울은 얼마나 춥고 음울하고 지루한 계절인가.

하지만 가수 조용필 씨의 미담은 얼마나 푸근한가. 오래전 있었던 일이지만 다시 꺼내어 읽어도 가슴속으로 스며드는 온기, 그 ‘가슴과 가슴이 전하는 사랑의 손길.’ 사람과 사람들이 어깨를 비비면 혹한의 겨울도 추운 줄 모르리니, 이 따뜻한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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