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수(訓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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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前 탐라교육원장·칼럼니스트

100세 시대라 그런지 아침저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고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에서는 국민들의 행복한 삶과 건강 증진을 위해 다양한 복지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공원마다 운동할 수 있는 각종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언제든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항상 건강에 관심이 많은지라 아침이면 공원에서 운동을 하곤 한다. 그런데 며칠 전 운동을 하고 있는데, 게이트볼 경기를 하던 선수끼리 서로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운동을 하면서 왜 저리 볼썽사납게 다투고 있을까 의아했었는데, 알고 보니 훈수(訓手) 때문이었다.

요즘 어딜 가나 게이트볼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게이트볼은 프랑스에서 시작돼, 일본을 거쳐 1980년 초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다. 처음에는 노인들의 건강과 체력증진을 위해 시작했으나, 지금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 생활체육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게이트볼은 보통 한 팀이 5명으로 구성돼 경기를 치르게 된다. 처음에는 저게 운동이 될까 의심했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집중력과 섬세한 기술, 고도의 작전과 판단력이 요구되며, 노인들의 치매예방에도 좋은 운동’이라 한다.

그런데 게이트볼 경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단체로 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개인의 기술과 판단력도 뛰어나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더 중요한 것은 화합과 조화다. 그러다 보니 팀의 승리를 위해 훈수를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훈수는 바둑이나 장기를 둘 때, 선수가 수를 못 보거나 실수했을 경우, 제3자가 수를 가르쳐 주는 것을 말한다. 바둑에서 대국을 하는 선수는 긴장하게 되고, 승부욕과 시간에 쫓기다 보면 수를 놓치거나 못 볼 수 있으나, 마음에 여유를 갖고 관전하는 사람은 이와는 정반대다.

처음 직장에 입사했을 때나, 낯선 곳을 여행할 경우, 그리고 우리 삶의 전반에 걸쳐 훈수는 필요하다. 그러나 한계를 벗어나거나 어설프게 하면 오히려 안 한 것만 못할 것이고, 선이 아니라 독과 악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책임과 한계가 불분명해 난처할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다. 훈수는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과의 관계가 명확해야 함은 물론 믿음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훈수는 받을 수도 있고,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경우든 예(禮)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상태와 능력도 감안해야 한다. 어쩌면 갑질이 될 수 있고,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도 있다.

이 세상은 남에게 신경을 쓸 만치 그렇게 녹록하거나 시공간적 여유가 없다. 그런데도 자신의 삶은 뒷전이고 남의 일에 끼어드는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참견하는 사람들이 많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이란 말이 있다. 남의 잘못에서부터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인격을 수양하는 일에 조금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훈수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 방면에 전문가가 되어야 함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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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1-01 10:22:03
'금과옥조'와 같은 글이라
퍼가고 싶은데 그 기능이 없네요~ㅠ
복사해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