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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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여생 수필가

사람이 물을 마시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궁금해 검색해 봤더니 3~5일 정도라 한다. 음식을 먹지 않고 견딜 수 있는 15~20일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시간이다. 그만큼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이다.

며칠 전 생활용품 매장에서 우연히 중학생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한 친구가 양치 컵을 사야 한다며 진열된 곳을 찾고 있다. 그때 옆에 있던 친구가 “너네는 양치 컵 사용하니, 우리 집에는 양치 컵 없어, 나는 유치원 때부터 손에 물을 받아 양치했는데.” 한다. 순간 움찔했다. 친구의 말만 듣고 양치 컵을 사지 않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히 엄마의 심부름이라며 양치 컵을 고른다.

언젠가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기사를 본 적 있다.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과 무분별한 물 사용으로 제주의 생명수가 고갈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기사였다. 거기에 마구잡이식 개발과 생수 시장의 성장으로 지하수 수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지하수 수위의 지속 하강을 우려해 얼마 전 ‘지하수 보존 관리에 대한 지하수 개발과 이용에 관한 관리 규정이 강화된다.’는 발표가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세계는 지금 심각한 물 부족 현상으로 머지않아 식수 자원이 제한될 수 있다며 경고하고 있다.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기에 지하수 보호와 물 공급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하겠다. 식수는 생존 자원이다. 생활용수는 소독과 물티슈 사용으로 대체할 수 있다지만, 식수만큼은 아직 어떤 대체재도 없다. 누군가는 음료수가 있는데 무슨 고민이냐 하겠지만, 커피, 차, 음료는 물을 대신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 몸의 수분을 빼앗아 갈 뿐이다.

물의 소중함에 대한 의식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 지하수 보존 개발 관리 규정의 강화만으로 안심할 수 있을까. 침묵으로 경고하는 제주 지하수, 우리의 사소한 생활 습관이 소중한 자원을 보호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하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하찮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양치할 때 양치 컵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양치 컵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양치하는 동안 흘려보내는 물의 양이 분당 12ℓ 정도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행여 좀 불편하더라도 오늘 나의 이 불편함이 내일은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면 참고 견뎌내는 것도 우리의 몫이 아닐까. 사소하지만 양치 컵 사용은 물을 아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며 누구나 쉽게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다.

조금 불편할 때 주는 유익함은 그 불편함 이상이라 했다. 지하수 고갈의 심각성을 진중하게 인식하고 물 절약을 생활화할 때 우리의 건강한 삶도 보장되지 않을까 한다. 전기는 대체 에너지가 개발돼 활용되고 있지만, 물은 아직 대체 자원이 없다. 현실과 마주했지만, 물을 대신할 수 있는 자원개발은 막연할 뿐이다. 심각한 물 부족이 예견되는 지금, 우리의 대체 수자원은 모두가 물을 절약하는 것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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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1-03 10:12:51
제주도에 물부족,,,,,,.
상상도 못 했던 일입니다~ㅠ

양치컵은 코로나19 때문이라도 사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손바닥에 받았던 물이 입 속으로 들어가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