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존스와 테네시 왈츠
크리스토퍼 존스와 테네시 왈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강희창, 신학박사·서초교회 목사

1960년대 후반에 세계적인 인기를 끌던 크리스토퍼 존스라는 영화배우가 있었다. 반항의 아이콘이라는 제임스 딘과 최고의 미남이라는 아랑 드롱의 이미지를 함께 지닌 배우였다. 그런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의외로 많은 크리스토퍼 존스가 나타난다. 영어권의 영화배우나 연극배우 가수들 중에 그 이름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름을 그렇게 정한 것일까?

1620년에 메이플라워라는 이름의 배를 타고 청교도들이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때 그 배의 선장 이름이 크리스토퍼 존스였다. 메이플라워라는 이름의 배와 청교도들로부터 미국이라는 나라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 것이라면, 그 배의 선장인 크리스토퍼 존스는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 되는 것이요. 인터넷의 그 많은 크리스토퍼 존스는 바로 그 선장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메이플라워나 그 청교도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배의 선장 이름까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특히 미국인이 아닌 경우에는 그 이름을 기억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그렇지만 영화배우를 비롯한 대중적 인기인들이 그 이름을 계속 사용해간다면, 그 이름이 오랫동안 남아 있게 될 것이라 생각된다. 아무나 이름을 사용하게 되면서 의미가 퇴색할 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살아남아서 나름대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될 때마다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음악회가 열리면 거기서 반드시 연주되는 음악이 있다. 요한 스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이다.

1866년에 오스트리아가 중요한 전쟁에서 패배하게 된다. 그래서 어두워진 국가적 분위기를 다시 일으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작곡한 음악이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은 오스트리아의 국가에 버금가는 음악이고, 고전적인 왈츠를 대표하는 음악인 것이다. 그런데 그 고전적인 왈츠가 미국으로 건너가서 나타난 미국을 대표하는 왈츠는 ‘테네시 왈츠’이다. 패티 페이지라는 가수가 노래를 불렀는데, 누구나 대충 따라 부를 만한 아주 대중적인 왈츠이다. 유럽에서는 상류층에나 어울릴 고전적인 음악이었는데 미국에서는 누구에게나 어울릴 대중적인 음악이 되었다. 빈의 왈츠로부터 테네시 왈츠로의 그 변화를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고전적인 품격을 잃어버리고 세속화되었다고 안타까워할 수 있다. 그런데 상류층에 머물지 않고 많은 대중의 음악으로 변화되었다면, 그런 음악이야말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음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들에 대하여 과도한 윤리 표준을 생각하면서 주로 비판과 한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누구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듯하다. 많은 대중들을 위한 이름이 되고 음악이 되는 그런 방향에 대해서도 눈길을 돌려볼 시기라고 생각된다.

많은 사람들의 이름으로 변화된 크리스토퍼 존스와 낮은 곳으로 대중화된 테네시 왈츠와 같은 ‘친근하고 익숙한 관계들’에 대하여, 이 늦가을에 한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할 기회가 있었으면 해서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