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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희, 춘강장애인근로센터 사무국장·수필가

11월에 들어서며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었다. 연일 높아지는 확진자 수와 최대치를 경신하는 위중증자의 수를 보니 하루하루가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 같다.

고소고포증이 있는 나에게 출렁다리는 무조건 피하고 싶은 대상이지만 어쩔 수 없어 몇 차례 건넌 적이 있다. 다리 위에 함께 올라선 누군가의 행동에 나의 발밑이 연신 출렁거려 두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은 쿵쾅거리지만 멈추기를 반복하면서도 전진했다. 언제면 통과하나, 내가 잘 걸을 수 있을까, 나의 더딘 걸음으로 다른 이들이 지체되고 있는데…. 걱정과 염려가 많지만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출렁다리를 놓은 이들의 성실함을 믿기 때문이다.

다행히 우리의 위드 코로나는 생사를 건 외줄 타기가 아닌 방역과 백신의 두 줄을 꼭 잡은 출렁다리 건너기다. 그리고 우리의 출렁다리는 듬성듬성하여 아찔한 발판이 아니라 촘촘히 맞붙어 있어 안전한 발판이 놓여있다. 발판 하나하나가 방역 현장의 수고와 국민들의 참여와 소상공인들의 희생으로 놓였기에 코로나19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함께 애쓴 모든 이의 수고에 지금 감사를 전하고자 한다.

먼저, 작년 12월 확진자와 접촉하여 두려움에 떨던 그때 고마웠던 이들에게 해묵은 감사를 전한다. 그날은 기습한파로 눈이 펑펑 내렸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보건소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기사님 보건소 갑니다.” 그러자 기사님이 앞 창문을 조금 내리셨다. 나도 뒷창문을 내렸다. 많이 불안해 보였다. 보건소에 도착하자 “검사 잘 받으시고 건강하세요”하고 인사를 건네주셨고, 나는 일부러 만 원짜리 지폐를 내밀고는 “거스름돈은 쌍화탕 사드세요. 고맙습니다!” 하며 하차하였다. 그날 감기는 안 걸리셨는지 기사님께 안부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도착한 보건소에는 검사 대기자들이 추위에 떨고 있었다. 눈 내리는 날씨이지만 감염의 위험을 낮추기 위해 사방은 열려있었고, 초등학생 손자 둘을 데리고 오신 어르신은 연신 손자의 목도리와 겉옷을 싸매시느라 여념이 없었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모든 이에게도 감사를 전한다. 춥고 긴 대기시간의 어려움에도 자진하여 검사에 참여한 이들 덕분에 그 며칠 급속했던 증가세는 꺾일 수 있었다. 나를 위한 검사이기도 하지만, 나로 인해 타인에게 해가 갈까 나선 걸음이기에 감사를 표한다.

또 감사한 이는 보건소 마당을 치우던 공무원이다. 정장 차림에 겨울 잠바를 걸쳤을 뿐이었고 낮은 여성 단화는 벌써 젖은 듯했다. 검사장 통로에 고이는 눈 섞인 물을 계속 쓸어내는 얼굴에는 짜증이 아닌 성실함과 뿌듯함이 배여 있었다. 자기 일도 아닌듯한데, 눈 오는 날 바닥에 물이 흐른다고 민원을 제기할 사람도 없을 것인데, 하지만 그분의 수고로 우리의 신발은 젖지 않았다.

이외에도 검사 요원, 나의 수많은 질문에 답변해주신 질병관리청 상담원, 나의 몫 일까지 맡아준 동료 그리고 따뜻한 음식 배달해주신 음식점 사장님과 배달원까지 이들의 도움으로 자가격리 기간을 잘 보내고 건강하게 위드코로나 시절을 맞는다.

오늘도 뉴스를 보며 위드 코로나해도 되나? 염려 한번, 그래도 살 것 같다! 안도 한번을 반복한다. 그리고는 주변 이에게 잘 견뎌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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