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 경쟁에 휘둘리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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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칼럼니스트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말이 있다. 일을 서두르면 도리어 이루지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끔씩 등산을 한다. 처음부터 욕심을 내다가는 중도에서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등산에 익숙한 사람들은 이런 속성을 알기 때문에 처음부터 속도를 조절하며 과정을 즐기려 한다. 물론 등산만이 아니다. 우리의 삶 전반에 걸쳐서 속도의 완급 조절은 행복의 중요 변수가 된다.

우리는 지금 초고속 사회에 몸과 마음을 싣고 달려간다. 우리에게 속도는 삶의 경쟁력이다. 무기이며 자랑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 자체가 속도 경쟁이라 할 수 있다. 운동경기에서뿐 아니라 노동과 기계장치, 무기, 산업, 과학 전반이 속도 경쟁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코로나에 대한 백신이나 치료약 개발, 방역, 치료 과정 모두가 속도전이다. 속도는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는 문명의 기기들의 가치 척도가 되고 있다. 사실 속도가 우리 삶에 주는 혜택은 적지 않다. ‘총알 택배’에서부터 한 번에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능력까지.

빠른 속도에 얹혀서 살다 보면 우리의 몸과 마음도 저절로 빠른 속도에 맞춰지게 된다. 덩달아 속도 때문에 속상하고, 속도 탓에 불안에 떨게 된다. 이처럼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속도의 혜택만큼 그 부작용도 크다.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사건 사고들. ‘빨리빨리’ 서두르다 일어나는 일들이다.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속도 만능주의가 자초하는 폐해들이다.

우리의 삶의 의미는 성취보다는 즐김에 있다. 인간의 크고 작은 성취는 희열을 전제로 한다. 등산하는 이유도 그 과정의 희열 때문이다. 목표 지점에 오르려는 건 그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등산할 때 발밑만 쳐다보며 발걸음만 재촉한다면 주위의 비경도 자연의 신비한 생태도 놓치고 만다. 천천히 걸으며 그것들을 완상하며 즐길 때 등산의 묘미를 만끽하게 된다. 음악도 그렇다. 빠른 템포의 음악은 자극적이지만 내면의 울림은 적다. 보다 깊은 울림과 긴 여운을 맛보려면 느린 음악에 빠져들어야 한다.

이처럼 빠름에는 일시적인 쾌감이나 흥분은 있어도 잔잔한 감흥이나 가슴 저미는 감동은 없다. 알렉산더 그린은 “하루를 가장 근사하게 보내는 방법의 하나는 당신의 삶 앞에 놓인 모든 것들을 천천히 맛보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의 맛이나 멋을 즐길 겨를이 없다. 주변에 뭐가 있는지 천천히 돌아볼 여유조차 누리지 못한다.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삶을 바라보면 삶의 소중한 것들과 마주할 수 있을 텐데도.

김현태도 그의 저서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루이앤휴잇, 2014)’에서 속도라는 허망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방향만 정해져 있다면 시간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과속으로 질주하는 우리의 삶에 대한 경고다. 페이스를 유지하며 천천히 나아가라는 메시지이다. 요즘은 코로나 때문에 우리의 삶이 멈춰버린 듯 답답하다. 그렇지만 쉬어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삶을 재충전하는 기회로 삼으면 그나마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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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옥 2021-11-23 11:04:34
'삶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