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담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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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선물은 정을 베푸는 것, 안에 따듯한 감사의 마음이 녹아든다.

생일 선물이나 크리스마스 선물이 대표적인 예지만, 실제 갖가지로, 주고받는 경우도 단순치 않다. 연인끼리 발렌타인·화이트·빼빼로 데이라 하면서 초콜릿 등을 주고받곤 하는데, 요즘 좀 시들해졌는지 전 같지 않다. 선물의 상징성이 실종된 걸까. 11월 11일의 빼빼로데이는 ‘1’이 네 번 겹치는 날이라는데 그게 연인들에게 무슨 의미인가. 선물용품을 팔아 매상을 올리려는 상업주의 책략인 게 들통난 걸까. 꾀임은 오래 가지 않는다.

결혼 때 신랑 신부가 선물로 예물을 주고받는다. 딸자식을 데려간 것에 대한 답례인데, 이 예물로 인해 양가에 분란이 일기도 하는 모양이다. 심각하면 파혼으로 가기도 한다잖는가. 시어머니가 새아기에게 “그냥 몸만 오너라” 하는 바람에 몸만 왔더니, 빈축을 준다, 대놓고 뭐라 하지는 못하면서 뒤에선 차마 못할 말로 면박을 준단다. 그 지경에 이르면 추스르기가 어렵다. 결혼 선물이 파국을 부르는 흉물이 된다. 과욕이 저지른 불행이다.

기지를 발휘해야 하는 선물도 있다. 옷이나 가방, 입거나 개인적 취향을 타는 선물엔 영수증을 동봉해 ‘마음에 안 맞으면 바꿔도 된다.’고 하면 좋다. 받는 입장이 되는 것이다.

현금 선물도 있다는데, 생각보다 고민해야 되는 건 아닐까. 받는 사람이 필요한 물건을 살 때 보탤 수 있어 좋을 것 같지만, 선물 본래의 의미가 퇴색하니 신중해야 할 것이다. 물건 아닌 돈이 선물이냐는 인식의 문제도 분명 있다. 돈 선물을 받으면 성의가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잖을까, 선물은 역시 돈으로 건네는 것은 아니란 생각이다. 관념적으로 돈은 아무래도 ‘거래’ 개념이니까.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에게 ‘나랏일을 하느라 고생한다.’며 선물을 건네는 경우는 명백히 ‘감영란법을 제대로 위반한 행위’임을 말아야 한다. 주는 사람, 받는 사람 모두 위험하다. 공무원이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며 선물 대신 90도로 허리 굽혀 ‘감사합니다’ 절하면, 아주 뿌듯해 보람을 느낄 것 아닌가.

얼마 전, 감귤 한 상자를 선물 받았다. 핸드폰을 멀리하다 보니 택배 알림 문자도 보지 못했는데, 아침에 신문을 가져온다고 현관을 열었더니 웬 과일 상자가 문 앞에 놓여 있다. 눈을 닦고 보낸 이를 확인한 순간, 놀라 신문도 잊은 채 서버렸다.

15년간 문학 강의를 하다 몸이 안 좋아 몇 달 전에 그만둔 춘강의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여류수필가 오*순님이 아닌가. 몸이 불편한 분이다. 반가운데 이내 허탈했다. 오래 쌓은 정이 이토록 도타웠던가. 위미리 친정에서 과수원을 한다지만, 더욱이 휠체어 장애인이 남의 손을 타 가며 감귤을 보내다니. 휠체어에 앉은 부인을 밀며 강의실로 들어오던 남편의 얼굴이 떠올랐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오 수필가의 영성이 녹아있는 시 그리고 수필, 합평 때 언어장애로 동료가 대독하면 어느새 내게 달려와 있곤 하던 그의 촉촉이 젖은 눈빛….

장애로 조음(調音)이 잘 안돼 말을 주고받기 힘들 것이라 전화기를 들었다 놓는다. 갖고 있는 신간 수필집이라도 보내주면 글을 계속 쓰라는 격려가 될까.

제주 감귤 온주가 참 달다. 오 수필가가 마음을 듬뿍 담은 선물이다. 책상 곁에 두고 아끼며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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