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청년의 ‘간병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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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제주국제대학교 국제교류원특임

오늘은 12월이 시작되는 날임과 동시에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이기도 하다.

많은 양민을 희생시킨 전두환 前 대통령이 희생자 유족들에게 한마디 말없이 떠나는 길은 초라하고 쓸쓸했다.

당당했던 그에게도 늙고, 병들고, 결국 죽음은 피할 수 없었다.

‘백 년도 힘든 것을 천년을 살 것처럼…’이라는 나훈아의 노랫말이 떠오른다.

불교에서 ‘생·로·병·사’는 사람이 겪어야 하는 네 가지 고통의 의미라 한다.

나이는 들어도 병들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고통 없이 세상을 떠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것은 사람의 의지로 조율할 수 없는 운명의 소관이다.

제주도에 여행 온 부부가 늙은 어머니를 버리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 언론에서는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늙고, 병든 부모를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극소수의 ‘패륜아’들이 있기는 하다.

‘고려장’은 부모 나이 70이 되면 산에 가서 버리는 ‘장례문화’로 알려져 왔는데 우리 역사에 ‘고려장’과 같은 문화는 없었다는 것이 고고학자들의 주장임에도 역사적 사실인 양 쓰인다.

고려 시대에는 부모를 제대로 공양하지 않으면 엄한 처벌을 받을 정도로 ‘효’를 중시하는 시대인 만큼 ‘고려장’은 효도를 강조하기 위한 ‘설화’라는 것이다.

얼마 전, ‘존속살인죄’로 4년 형을 선고받은 청년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고려장’과 비슷한 의미로 ‘간병살인’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보도된 사건의 내용에는 눈물겨운 사연들이 담겨있었다.

24시간 간병해야 할 정도의 중증 환자인 아버지와 아들은 주위와 단절된 환경에서 살았다.

구청에 도움을 청했지만, 환자인 아버지가 65세 미만이라는 등 까다로운 복지제도는 그들의 급박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정상적인 가정에서도 나이 들고, 병든 부모를 간병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편의점 쓰레기통에 버려진 음식물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청년이 중증 환자인 아버지를 간병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틀 집을 비운 사이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버렸고 재판부는 보호자인 청년의 간병 소홀로 인하여 병든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 이른바, ‘간병살인’죄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청년이 처한 환경을 참작하였겠지만,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해 법의 테두리에서 청년은 용서받지 못하고 그는 ‘존속살인죄’로 4년 형을 선고받았다.

청년이 4년 형의 선고를 받을 무렵, ‘집행유예’ 기간 중임에도 다시 ‘필로폰’ 투약으로 재판을 받은 재벌가의 자녀가 1년 6월의 선고에 불복하여 항소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돈이 없어 쌀조차 살 수 없는 청년의 삶의 세계와 값비싼 ‘필로폰’을 투약하며 환락에 취해 흥청거리는 또 다른 청년의 삶의 세계가 있는 안타까운 세상이다.

‘필로폰’에 취해 비틀거리는 청년을 뒤로하고 ‘가난한 청년’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가난한 청년은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효’를 강조하기 위한 ‘희생양’이라는 생각과 함께 올해를 마무리함이 좋을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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