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제가치국평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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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논설위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먼저 자기 자신을 닦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한 다음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라는 뜻이다.

자신의 몸을 닦는다는 수신(修身)과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는 제가(齊家)가 개인적 영역이라면, 나라를 다스린다는 치국(治國)에 이어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는 평천하(平天下)는 공동체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자기 몸을 잘 수양해야 한다. 그래야 집안의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이런 바탕이 있어야 공동체의 리더로서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 이루어진다)이란 말도 있다. 그 뜻은 쉬우나 의미가 아주 깊은 것도 가화(家和)를 강조해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말만큼 요즘 여·야의 유력 대선 후보들의 뼈를 때리는 말도 없을 것이다. 본인들의 자질 논란에 이어 가족 리스크까지 겹쳤다. 수신제가(修身齊家) 단계에서 완전 스탠스가 꼬였다. 가족의 과거는 바꿀 수 없는 고정불변의 팩트이기에 일단 논란거리가 되면 해명이 쉽지 않다. 사과로 방패막이를 쳤지만 예리한 창끝은 방패를 뚫고 있다.

이런 기회를 대선 승리의 떡고물을 노리는 ‘자리 사냥꾼’들이 놓칠 리 없다. 검증을 핑계로 연일 상대 후보와 그의 가족을 향해 하이에나처럼 무차별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그들은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삼인성호(三人成虎)의 파급력을 익히 알고 있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고 이구동성으로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낸다. 여기에 세상 사람들이 쉽게 속아 넘어간다.

이렇듯 근거 없는 말도 여럿이 하면 곧이듣게 마련이다. 상대가 아무리 바로잡자고 해도 이미 사람의 뇌리에 각인된 것을 지우는 일이 간단치 않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대선 후보만을 국한하지 않는다. 이 고사성어의 출처인 대학(大學) 본문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천자(天子·임금)에서 일개 서인(庶人·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모두 몸을 닦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야 한다.’

수신제가가 늪에 빠져 헤매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가 오리무중이다. 국가 비전에 대한 정책이나 담론은 실종됐고, 세 치의 혀 놀림만 치열하다. 이런 판에 끼어 부화뇌동하지 않는 것도 유권자로서 치국평천하를 도모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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