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길
새로운 길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강종호 수필가

새롭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더니, 내 마음이 그래서 그런가. 느리지만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이 평소와 달리 사뭇 새롭게 다가온다. 어제의 태양은 구랍(舊臘)의 마지막을 갈무리한 빛이요, 오늘 일출은 원단(元旦)의 아침을 여는 것이니 어찌 새롭지 않으랴. 더욱이 연일 잿빛 하늘에 칼바람이 서성이더니 신년의 하늘은 묵은 때를 말끔히 씻어 온전히 찬란한 빛을 뿜어내고 있다.

이제 마음에 쌓인 신축년의 유물(遺物)을 남김없이 훌훌 털어낼 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지 않는가.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는 것은 진취적 삶에 걸림돌로 작용하기에 전혀 미래 지향적 태도가 아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추호의 흠결도 없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반추(反芻)하여 과오가 있으면 깊이 성찰하고 기억의 한켠에 잘 저장해 두어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면 될 일이다.

삶이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인지하는 순간 우리는 새로운 무엇인가를 갈망하게 된다.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는 바쁜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늘 접하는 사소한 일도 그 나름대로 새로운 의미나 가치를 함의하고 있음을 문득 발견하고선 설렘과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코로나19·델타·오미크론과 같은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의 침입은 늘 마스크를 끼고 온몸을 움츠려야 하는 답답하고 지루한 상흔(傷痕)을 남긴 채 종전(終戰) 시기조차 알 수 없다. 뿐이랴.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도민들의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강한 지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제상황 등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라 할 만한 시기다. 우리네 삶의 현실이 그러할진대 밤새 쌓인 눈 위에 첫 발자국을 내듯이, 선택의 기로에서 새로운 길을 걸어가려면 두려움이나 망설임을 과감히 떨쳐버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바야흐로 임인년(壬寅年)이다. 검은 호랑이가 등장하니 하얀 소가 기겁을 하고서 줄행랑을 친다. 차제에 상서로운 기운이 온 누리에 퍼지리라. 일찍이 육당(六堂) 최남선(崔南善)은 한반도를 호랑이 형세에 비유한 바 있는데, 과연 그럴 듯하다. 위성 지도를 유심히 보니 호랑이가 앞발을 들고 대륙을 향하여 포효하고 있지 않은가. 더할 나위 없이 용맹스럽고 웅장하여 사악한 기운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모양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힘이 솟는다.

연일 맹추위지만 머지않아 따스한 봄 햇살이 대지를 감싸면 희나리 같던 나뭇가지에도 필시 새순이 돋아나리라. 부디 희망을 잃지 말자. 만인의 건강과 정겨운 일상 회복의 소박한 꿈이 조기에 실현되기를 염원하며 두 손을 모은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