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에 돔박꼿은 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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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계절은 바람이 몰고 오는 전령사처럼 때를 놓치지 않고 어김없이 찾아온다. 사계가 분명한 우리 대한대륙(한반도라는 말은 쓰고 싶지 않다)은 요즘 동장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영하 2도를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이곳 제주이지만 바람 부는 날에는 체감온도가 꽤 춥다.

한라산 눈 소식은 진즉 있었으나 저자에는 며칠 전 첫눈이 내렸다. TV에서는 일기예보와 함께 코로나 확진자가 무려 7000명을 넘겼다는 암울한 소식과 함께 대통령후보들의 가족들에 대한 비리까지 전하고 있다. 말로는 그렇게 선거가 축제라고 강변(强辯)하면서 후보들의 정책비전보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는 데 급급한지 그 까닭을 잘 모르겠다. 대자연에도 명암이 있듯이 사람인들 어찌 허물이 없겠는가. 출마한 당사자의 능력과 도덕성에 대한 검증은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 가족의 신상털이에 대해서는 나는 썩 동의하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가족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우(愚)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를 일러 천혜의 보물섬이라고 한다. 제주에 무슨 보물이 있어서 ‘보물섬’이라는 귀한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흔히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다하여 삼다도(三多島)라고 불리기는 했지만 삼보도(三寶道)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들이 많아 여기에 소개할까 한다. 내가 제주에 입도한지 어느덧 1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나도 모르게 제주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제주의 세 가지 보물이다. 나는 이를 ‘삼보도(三寶道)’라 명명했는데 다름 아닌 첫째 돌(현무암)이요, 둘째 바람이며 셋째 물(삼다수)이다. 제주의 돌은 한라산과 오름들이 화산폭발로 뿜어낸 현무암(玄武巖)인데 그 빛깔과 모양이 거북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 번째 제주바람은 신령스런 영등할망이 치마폭을 흔들어서 불어 대는 바람이라고 전해지는데 따뜻한 기운을 품고 있어서 한 겨울에도 당근이나 감귤, 무 등을 얼지 않게 하며, 셋째 제주의 물 삼다수는 지하 깊은 곳에서 삼투압의 과정을 거쳐 뿜어 올리는데 미네랄 성분이 다량으로 함유돼 이미 육지는 물론 해외로까지 수출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또한 제주는 유네스코에서 이미 세계문화재로 지정을 받는 영예까지 누리고 있다. 이 어찌 ‘천혜의 보물섬’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앞으로 생의 마감을 제주에서 하기로 정했다. 그만큼 내게도 제주는 의미 있는 곳이며 누가 뭐래도 제주홍보대사의 역할을 자임하면서 남은 세월은 ‘육지것’이 아닌 ‘탐라인(耽羅人)’으로 살고자 한다. 이 한겨울 제주에는 여기저기 돔박꼿(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올랐다. 제주 4·3을 상징하는 돔박꼿은 한라산의 정기와 삼보(돌·바람·물)의 기운을 흠뻑 품어안고 있다.

탐라에 돔박꼿이 활짝 피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은 언제쯤 사라질까. 모든 재앙을 천재지변으로만 돌리지 말고 그 근본 원인이 우리 자신들로부터 비롯되었음을 자각해야 한다. 이제 송구영신(送舊迎新)해야 할 즈음이니 신축년 한 해를 돌아보면서 자성(自省)과 감사하는 마음으로 새해 임인년을 맞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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