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우니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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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 제주시조시인협회 회장

행복은 삶의 무게와 비례하지 않는다. 가벼울수록 행복은 가까웠다. 긴 시간 번번이 참패했던 살과의 전쟁에서 드디어 나름의 승리를 거두었으니 가벼움으로 말하자면 나도 일단 행복해진 셈이다. 그동안 수없이 반복된 감량 실패는 자포자기 수준에 이르렀고, 늘 돌덩이에 눌린 듯 마음마저 무거웠다. 그러다 마침내 가벼운 몸으로 새해를 맞이했으니 그 마음 또한 홀가분했다. 그러나 하나를 이루었다는 기쁨도 잠시, 또 다른 욕심과 목표가 스멀스멀 올라와 다시 마음을 짓누른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삶의 질의 높아진 만큼 삶의 기준도 높아졌다. 그 기준이란 건 누구도 아닌 스스로 정한 것이지만 때론 닿을 수 없는 기준과 끝없는 비교는 우리를 고통과 무기력의 악순환에서 허덕이게 한다. 지나친 욕구 기준은 삶의 무게감만 더할 뿐이다.

새해에는 스스로의 기준을 좀 더 가볍게, 한 눈금 내려 보면 어떨까. 손에 꽉 움켜쥐어 왔던 욕심 대신 훌훌 털어버리는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 우리는 보통 새해 시작과 동시에 목표를 세우고 수많은 계획을 줄 세운다. 작심할 때는 어떤 것도 그리 무거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나친 목표와 끝없는 계획들은 시작부터 부담스럽고 심신을 고달프게 한다.

노자의 명언에 적게 가지는 것이 소유이며 많이 가지는 것은 혼란이라 했다. 비행기도 위기 상황에서는 추락을 모면하기 위해 엔진 연료를 쏟아 버려 무게를 가볍게 한다 하지 않는가. 가벼운 삶을 위해서는 모 방송 프로그램처럼 신박한 정리가 필요하다. 일단은 빼고 줄이기다. 예로 중요도와 실용성에 맞게 우선순위를 정하여 버릴까 말까 고민되는 것은 버린다. 이렇게 나름의 법칙을 정하여 물건뿐만 아니라 우리 삶의 목표나 기준에도 적용해보는 거다.

나 역시 줄였다. 새로운 목표를 이루어야만 한다는 무거운 마음 대신 나의 한계를 인정했다. 모호하게 높은 기준과 부담되는 목표 때문에 살과의 사투가 더 길어졌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더하고 더하기만 하던 목표는 실망과 좌절이 먼저였고 막연한 계획 설정은 차라리 빈 여백만 못했다. 중요도에 맞게 다시 정리하여 우선 실현 가능한 한두 가지 목표만 남기고 모두 줄였다. 목표는 빠르게가 아닌 바르게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과정에 의미를 두고자 했다. 조급해지는 나이 앞에 평온하게 뛰는 심장의 고동소리를 오래 듣고 싶었다.

가지 끝에 내려앉는 함박눈처럼, 나뭇잎 흔들고 가는 살랑바람처럼 올해는 가볍게, 더 가볍게 시작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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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ongji 2022-01-18 10:57:30
삶의 목표도 기준도 덜어낼수록 행복은 더해지고,
목표는 빠르게가 아니라 이또한 'ㅂ'을 덜어내고
바르게 가야된다는 말에 이해가 더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