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명절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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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한국은 조선 이래 전통적인 유교의 나라이고, 제사·명절은 유교의 대표적 의례다.

인간에게는 영원히 존재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유교의 교리는 그에 부응하지 못한다. 기독교나 불교 등은 인간은 육체만 소멸하는 것으로, 영체는 그대로 남아 다른 형태로 삶을 이어간다고 믿는다. 유교에서는 이런 영생법이 없다. 죽으면 흙으로 돌아가거나 공중으로 흔적 없이 사라져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사람들이 영생이 이뤄지기를 바란 데서 제사가 시작됐다 하고, 결국엔 가족들이 아들을 통해 제사를 지내기를 원했다. 제사를 지냄으로써 부모가 아들의 기억 속에 되살아나게 되므로 자연 제사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아들에서 대대손손 이어지며 영원히 존재하는 방법은 제사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자식도 제사를 지내면서 자신도 얼마 못 살아 죽는 찰나적 존재가 아니라, 먼 윗대 조상들로부터 생명을 부여받은 영원한 존재라고 믿게 됐다. 아들도 이렇게 자신을 기억하리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된 것이다. 이런 연결고리는 사후에도 이 세상과 이어가게 된다고 생각한다. 늙어가면서 큰 안도가 될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들이 없으면 제사를 지낼 수 없고 그것은 곧 이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 이런 심각한 가운(家運)이 없다. 수단을 가리지 않고 양자를 데렸다. 형제간에서 먼 친족을 막론해 찾고 뒤져 문제를 풀었다. 집에 봉제사(奉祭祀)할 적임자를 들이는 것이다.

집안에는 보통 4대를 봉사(奉祀)한다. 한데 그 이후는 집에서 제사를 지내지 않고 묘소를 돌며 시제(時祭)로 치른다. 그것도 여유가 없으면 오래 유지하지 못한다. 그렇게 돼 버리면 ‘영원한 존재’가 되고자 한 욕구를 이루어 낼 수 없게 되고 마는 것이다. ‘물 ᄒᆞᆫ 직 거려 놓지(물 한 모금 떠놓지)’ 못하고 만다. 제사의 한계다. 제사를 지내다 그만둬 버리면 조상은 얼마나 목말라 할 것인가.

인류학자에 따르면 한국의 제사 풍속은 앞으로 많이 사그라져 1대 봉사, 곧 부모만 제사 지내는 것으로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예단한다. 이유로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지내려 해도 4촌들이 만나야 하는데, 요즘은 4촌끼리도 잘 만나지 못하는 세상이다. 게다가 조부모와는 생전에 같이 살지 않아 깊은 정을 느끼지도 못한다. 그런데 아버지의 부모라고 제사를 지내라고 강제할 수 있겠는가. 굳이 제사라는 번거로운 의식이 아니어도 영생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 종교가 가까이 있어 제사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신위께 차례를 지내는 명절 추석·설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에 시달리다 못해 심지어 이혼 사유가 될 정도라면 이게 예삿일인가. 요번 설에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22만 명에 이르렀다 한다. 연휴 기간이라 하고 있지만, 설날이라고 집에서 차례나 지내고 있겠는가. 명절에도 집을 떠나 여행지에서 맞춤형 제수를 올려놓고 절하는 식이 은근슬쩍 보편화된 지 오래다. 7촌까지는 집안이 돌아가며 차례를 함께 지내던 것도, 세배를 올리던 것도 오랜 옛말이다.

그렇다고 제사·명절 풍속이 하루아침 사이에 없어지겠는가. 큰 나무는 심층에 뿌리를 내림으로 간난의 기후를 버틴다. 한국인들은 자고로 익숙한 의례인 제사·명절을 통해 자기를 낳고 길러준 부모를 추도할 것이다. ‘효’를 백행의 근본이라 하잖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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