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지효(反哺之孝)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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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새해 벽두다. 이맘때쯤이면 떠나온 고향이나 어버이 효심(孝心)이 떠오르는 것은 인지상정이리라. 공자의 핵심 사상이라 할 수 있는 인(仁)에는 효심을 우선으로 한다. 협의로는 부모를 섬기는 윤리를 뜻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사랑과 도리를 포괄한 개념이다. 따라서 효는 가정에서는 서로 화목이 되고 사회와 국가로 확장되면 공경과 봉사 그리고 충(忠)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효(孝)라는 글자 모양을 눈여겨보면 딸이 아니고 아들이 노인을 어부바하고 있는 꼴이다. 효의 상형문자는 고대 동양인들이 만들어 낸 일종의 불로장수(不老長壽) 프로그램이나 다를 바 없다는 속설이 있다. 이 글자의 속내를 보면 내가 죽어도 나의 존재는 아들을 통해서 자자손손 영속하고 싶다는 간절함이 담겨있는 글자인 듯하다.

그러하니 예로부터 아들을 낳기 위하여 천지신명께 손발이 닳도록 빌고 또 비는 시어머니, 며느리의 고달픈 인생살이가 문화적 해프닝으로만 보기에는 아직도 진행형인지 모르겠다.

세계화 시대다. 전통적인 효행은 같은 공간, 같은 시간대를 공유할 수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사는 곳, 주택, 직장, 맞벌이, 자녀교육 등 지금 사회 여건상 불가능한 시대가 아닌가. 그뿐 아니라 경제문제, 생활패턴, 정신,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다.

공자의 사상을 계승한 율곡은 백행지도(百行之道)가운데 효를 으뜸으로 꼽았다. 그래서 부모가 살아계실 때는 걱정을 끼쳐드리지 않게 모시는 생사(生事)의 효, 돌아가시면 슬픔을 다하는 상례(喪禮)의 효, 그리고 돌아가신 분에 대한 정성으로 제사를 지내는 제례(祭禮)의 효를 삼행지도(三行之道)라 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스스로 살 수는 없다. 어머니의 젖이나 누구인가로부터 도움을 받아야만 삶을 지탱할 수 있다. 적어도 3년간은 그래야 스스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러하니 나를 낳고 길러주신 어버이 은혜에 지극한 정성으로 보답하여 드리는 효심을 반포지효라 이른다.

핵가족시대다. 효도의 방법이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요양원이나 양로원 이야기는 꺼내지도 못하는 가족들의 아픈 마음도 있다. 물질이나 실버타운보다 나이 든 부모가 바라는 것이 진심으로 무엇인가를 읽고 그러한 방향으로 효심을 찾는 게 올바른 방법이 아닌가 싶다. 사람은 늙으면 어린애와 같은 마음으로 변한다고 하니 어린이를 돌보는 심정으로 받드는 게 옳을 것 같기도 하고…. 지금 부모의 모습은 머지않아 나의 모습이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배운다. 엄하게 키운 자식일수록 효심이 지극하다는 말이 있다. 부모가 모범을 보이고 차분한 사회생활을 하면 아이들은 다소곳하게 마련. 유치원 때부터 서로 눈치나 보며 마음이 옹졸하고 생각이 빗나가 있으면 부족한 인간으로 성장한다는 사실은 자명한 이치다.

앞으로 다가올 과학문명은 생명공학에 이르러 어떠한 양상으로 변할지 모르지만 인간 삶의 욕구는 무한하다. 인구절벽 시대다. 효(孝)자의 모양부터 바꾸는 게…. 어쨌건 까마귀도 낳아서 3개월이면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반포조(反哺鳥)의 효심부터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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