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럭’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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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배구인 김호철이 기업은행 감독으로 프로리그에 복귀했다. 1981년 이탈리아 리그에 진출해 MVP로 뽑히면서, ‘컴퓨터 세터’. ‘황금의 손’이란 별명만큼이나 명성을 떨쳤던 분이다. 국가대표팀과 남자 프로배구 현대캐피탈 감독도 역임했다. 선수로, 지도자로 국내외에 이름을 떨쳤던 화려한 그의 전성기를 기억한다. 호통치는 불도저형 감독이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란 분위기다.

세터의 이탈 논란과 관련해 기업은행 구단이 내홍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연패의 늪에 빠진 팀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아야 할 책무를 맡게 됐다. 기대가 크면서도 여자팀을 처음 맡아 그 ‘버럭 감독’이 팀을 추슬러 낼까 하는 우려의 시선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김 감독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그럴 것이, 현역 시절 세계 최고 수준인 이탈리아 리그에서 최우수상을 수상(3회)한 스타 플레이어였다. 명실공히 한국 배구 유명인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아 온 김 감독 아닌가.

기업은행의 새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버럭’ 김호철이 ‘아빠 리더십’이 될 거란 분위기다. 선수들과 소통하며 수평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중인가. 한데 뜻 같잖았던지, 지난해 말 흥국생명과의 부임 첫 경기에서 3세트에 어이없는 범실이 계속 나오자, 기어이 그의 두 눈이 레이저를 쏘아대고 말았다. 경기를 치르면서 작전타임 중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한 말이 밀양 출신의 경상도 억양으로 마이크를 탔다.

“느그 감독은 니네가 물러나는 걸 안 좋아해! 어떻게든 사움닭이 되든지 갖다 처박든 해야지, 같이 기절을 하든지. 뒤로 실실실 물러나는 걸 안 좋아해. 오케이? 집중들 하고, 자, 이기면 내일 쉬기!”

1월 15일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첫 승을 챙겼다. 도로공사와의 경기에서 2세트를 선취해 놓고 내리 3세트를 놓쳐 역전패당했지만, 선수들 사이에서 해보겠다는 눈빛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큰 소득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현역 시절 포지션인 세터에 무척 예민하다. 주전 세터의 팀 이탈로 새로운 세터가 절실한 상황에서 김하경 선수가 그 멍에를 짊어지고 있다. “더 많이 봐줘야 할 선수다. 자신감을 잃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와 얘기를 많이 할 것이다. 경기가 끝난 다음, 복기하면서 성장시키려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첫 승을 챙기자, 김 감독이 김하경 선수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다독이는 흔찮은 장면이 영상을 탔다. 자신에게 제일 혼난 선수가 감정이 북받쳐 울자 다독여 준 것이다. 따뜻한 아버지의 손길이었다.

코로나로 배구 리그, 특히 여자 경기에 집중하게 됐다. 나만이겠는가. 도쿄올림픽 4강의 강렬한 인상은 상상 초월이다. 배구를 가만 보니, 세터가 승패를 지배했다. 배구는 ‘세터의 놀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의 분배, 속도, 높이 조절이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전광석화 같은 속공과 이동공격을 성공시키는 것도 세터의 손이다.

2월 6일 현재, 놀랍게도 4승을 챙겼다. 더욱이 그중 상위 2,3위를 다투던 인삼·도로공사를 연거푸 제압한 것은 획기적 승리였다. 이기는 데 신바람이 났는지, 선수들의 눈빛부터 달라진 것 같다. 이기려면 끝까지 버텨야 한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김 감독의 매직이 통한 것인가. 여자 배구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하위 팀이 살아나야 리그가 생기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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