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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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편집국 부국장

제주의 교육자치를 위해 도입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 교육의원제도가 16년 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제주에만 존재하는 교육의원제도가 존폐의 기로에 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지난달 제주 교육의원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교육의원제도가 민주적 정당성과 주민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지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교육의원제도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고, 국회 논의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폐지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교육위원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2006년 전국 처음 도입됐다.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으로 2010년 제5회 지방선거를 통해 전국적으로 시행되기도 했지만 일몰제가 적용되면서 2014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된 후 폐지됐다.

지방교육자치법이 아닌 제주특별법에 규정된 제주 교육의원제도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오래 전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우선 교육의원에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이 제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특별법은 교육의원의 자격을 ‘교육경력이나 교육행정경력이 5년 이상이거나, 해당 경력을 합해 5년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 도민은 교육의원이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교장이나 교육청 고위직들의 전유물’, ‘교육감 도전을 위한 징검다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도내 시민사회단체가 ‘교육의원 출마자격 제한은 위헌’이라며 2018년 헌법 소원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당시 도의회 교육위원회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위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교육의원의 자격이 제한되지만 일반 도의원과 같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일반 안건과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권을 가지고 있다. 이로 인해 교육의원들은 제주도정의 주요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교육의원에 대한 무관심도 문제다. 그만큼 존재의 의미를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 전역에서 5명이 선출돼 선거구가 방대한 것도 사실이지만 지난 2018년 선거에서는 5개 선거구 중 4곳에서 무투표 당선됐다.

본지 등 도내 주요 언론 4사가 지난 설을 앞두고 도민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교육의원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44.3%로 ‘유지해야’ 34.8%보다 많았다. 교육의원제도 만이 교육자치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교육의원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최근 교육의원 입후보 예정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일방적인 교육의원 폐지 추진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교육 관련 단체, 현직 교육의원들도 제주교육에 대한 고민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도의원 선거구 획정과 맞물린 정치적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의원제도를 폐지할 것이 아니라 문제점을 평가하고 교육자치를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6월 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오는 18일부터 도의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그 이전에 교육의원제도 존폐 여부에 대한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원 존폐 여부를 제주에서 결정하지 못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동안 교육의원제도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됐지만 ‘고양이 목에 누가 방울을 달겠느냐’는 식으로 애써 외면해 온 것도 사실이다.

국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제주를 위한 판단이어야 한다. 교육의원이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교육계 관계자’ 그들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도민을 위한 제도로 근본적이고 대폭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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