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辱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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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기 시인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면 뒤쫓아 나타난 것이 욕설일 것이다.

인간이 창조되기 전 하느님의 말씀이 있었고 그 후 그 말씀으로 모든 것이 창조되었다는 성서의 가르침을 떠나서도 우리 인간이 이 땅에 존재하면서부터 이 있었고 의사 소통과 감정 전달이 이루어졌다. 뒤이어 남을 모욕하거나 저주하기 위한 의사와 감정을 표현한 것이 욕설이다. 어찌 보면 욕설은 필요악인지도 모른다.

욕설도 진화한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들은 심한 욕은 호로자식이었다. 막되게 자라 (아버지 없이) 교양이나 버릇이 없는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이었다. 이 말을 안 듣게 하려고 홀어머니들은 더 엄하게 자식을 가르치고 키우려 노력했었다. 이러던 욕이 남자를 비하해서 여자를 비하해서 이라고 쓰더니 그 말 앞에 미친이란 말이 모자라서 성적 비하인 씨발이 붙으면서 천박한 욕설이 되고 말았다.

우리 인간에게 가장 심한 욕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욕이다. 그래서 짐승 같다. 짐승만도 못하다 나아가 짐승 중에서도 개를 등장시켜 개 같은 놈, 더 나아가 개만도 못한 놈. 그것으로도 모자라 개의 자식, 개의 새끼가 아주 흔한 욕이 되고 말았다. 개만도 못한 인간이 얼마나 많은데 소가 웃을 일이다. 아니 개가 웃을 일이다.

욕설은 자극적이어서 점점 강도가 높아져야 상대방을 모욕할 수 있다. 그래서 점점 심한 욕을 하게 되는 것이리라. 아무리 신사처럼 차렸어도 상스러운 말을 쓰면 상스러운 사람이 되고, 아무리 날씬한 미인이라도 더러운 말을 쓰면 꼴도 보기 싫어지는 것이다.

표준어 사정 규칙은 교양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다. 이 중 맨 처음 조건이 교양있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언어는 품격이다.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를 보면 그 사람의 성장 과정까지 유추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비이 시벌이라고 자기만 아는 욕설을 부드럽게 말하기도 하고 어느 신부님은 승용차 운전석에 1, 2, 3을 써 붙이고 갑자기 끼어드는 사람에게 이라고 외치기도 하고 방향 표시등을 켜지 않으면 라고, 급 정거를 하면 이라고 했다 하니 성직자도 참지 못하는 것이 욕인가 보다

교양있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변하게 하는 말의 위력을 계발해야 할 것이다.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 시인의 을 되뇌게 된다. 욕설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비난뿐임을 알아야 할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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