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물회 못 먹는 날이 올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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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욱 편집국 국장

울릉도를 대표하는 특산물은 오징어다. 그런데 지난주 울릉도에 오징어가 잡히지 않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울릉군수협에 위탁 판매된 물오징어는 총 628t으로 전년도인 2020년 1172t에 비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특히 올 1~2월에는 오징어 어군(魚群)이 형성되지 않아 어민 대부분이 조업을 포기하면서 생계에 타격을 입고 있다.

이처럼 오징어가 줄어들 것에 대해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관계자는 “오징어의 먹이가 풍부한 한·난류가 만하는 지역이 해수온도 상승으로 울릉도 인근에서 북쪽 방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며 해수온도의 상승을 원인으로 꼽았다. 수온 상승으로 인해 오징어들이 울릉도를 떠나 북쪽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울릉도뿐만은 아니다.

울릉도에 오징어가 있다면, 제주에는 자리돔과 방어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자리돔과 방어도 해수 온도 상승 탓에 북쪽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있다. 아열대성 어종인 자리돔이 남한의 북단인 독도에 서식하는 것이 관찰된 것은 10년 훨씬 이전부터다.

자리돔은 모슬포와 서귀포시 보목동 등 제주에서도 남쪽바다가 주 서식지인데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립수산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리돔이 2010년께부터 독도에서 관측되기 시작해 2014년 7400마리에서 2015년에는 1만5000마리가 관측됐다고 한다.

특히 독도 해역에서 산란하는 모습도 확인됐다.

겨울 진객(珍客) 방어 역시 제주를 대표하는 어종이지만 오래전부터 강원도 삼척 등 동해안에서 더 많이 잡히고 있다.

국내 최대의 대형할인마트에 납품되는 방어 중 동해안에서 잡힌 방어가 제주에서 보낸 물량을 넘어선 지 오래다.

방어는 자리돔을 먹이로 하는데, 자리돔이 독도 등 동해상에 머물면서 방어 역시 제주로 내려오는 어군의 규모가 들쭉날쭉하고 있다.

지난달 기상청이 발표한 ‘해양기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40년간 전 세계적으로 수온이 상승한 가운데, 한반도 주변 바다는 세계 평균보다 수온상승 폭이 커 해양 온난화 속도가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최근 30년간 한반도 바다의 평균 수온은 18.53도로, 1981년부터 2010년까지의 30년간 평균 수온 18.32도보다 0.21도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의 표층수온 평균 기온은 18.18도에서 18.30도로 0.12도 상승했다,

한반도 주변 바다의 평균기온 상승 폭은 세계 평균 상승 폭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사정이 이렇게 되니 제주를 비롯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어류 분포지도가 바뀌고 있다.

동해안의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명태, 대구, 청어 등이 자리를 비우고 제주의 자리돔과 방어가 서서히 북상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바다에는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아열대성 어종이 잡히고 있다.

1981년부터 2020년까지 40년 동안 연도별 평균 수온을 높은 순으로 봤을 때 상위 10위 안에 최근 10년 중 다섯 해가 포함됐다. 이처럼 수온 상승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머지않아 제주에서 자리물회와 방어회를 맛보지 못할 때가 올 지 모를 일이다.

오랫동안 인류는 위기를 기회로 발전과 번영을 거듭해 왔다. 이제 기후변화에 직면한 인류는 여러 국가가 합심해 과학적으로, 정치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이 공생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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