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집단 실종’ 원인 규명과 대책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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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제주지역 양봉 농가들의 심정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하니 참으로 안타깝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게 추운 날씨보다 더 얼어붙고 있다. 벌통에 있어야 할 꿀벌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농가들로선 억장이 무너지는 일이다. 꽃은 피었는데 꿀벌은 찾아오지 않는 ‘침묵의 봄’이 먼 미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 현실성 있게 다가온다.

그 피해 규모가 심상치 않다. 도내 457개 농가 중 143개 농가(31.3%)가 피해를 보았다. 벌통 기준으로는 전체 7만4216군의 15.5%인 1만1531군에서 꿀벌이 집단으로 종적을 감췄다. 벌통 1군당 평균 꿀벌 3만 마리가 활동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소 3억 마리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농가들로선 실로 처음 겪는 참사라고 한다. 이달 중순부턴 유채꽃과 감귤꽃, 때죽나무꽃 등에서 꿀을 채취해야 하는 데 큰일이다.

이번 집단 실종은 집단 폐사와 달리 현장에 꿀벌들의 흔적이 전혀 없기에 원인 규명도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경남과 전남 지역에서도 유사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로선 상대적으로 따뜻한 서귀포시가 제주시보다 꿀벌이 살기 좋은 환경이라 피해가 적다는 것만 확인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이상기온과 기후변화 등 다양한 각도에서 조사하고 있다니 빠른 시일 내에 결과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꿀벌의 감소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일이다. 꿀벌은 꿀을 찾아 이 꽃 저 꽃을 옮겨 다니며 자연스럽게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전달하며 식물의 수분(受粉)을 해준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한다. UN이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한 것도 꿀벌의 보존 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농작물을 생산하는 데 꿀벌의 가치는 6조원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꿀벌이 멸종하면 국내 농산물 생산량의 39% 이상이 사라진다고 한다. 이번 꿀벌의 집단 실종을 단순히 양봉 농가 피해로만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 등 대책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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